안갯속 프랑스 정부 구성… 가능한 세 가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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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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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조기 총선이 끝난 가운데, 새로운 정부 구성을 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머리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목표했던 우파 세력의 점령은 막았지만, 좌파 연합이 제1당이 된 데다가 어느 진영도 과반에 미치지 못한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출연하게 됐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

8일 발표된 프랑스 결선 투표 결과에 따르면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은 전체 하원 의석 577석 가운데 182석을 차지하며 1당에 올랐다.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 앙상블(ENS)은 168석,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RN)과 그 연대 세력은 143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과반인 289석에 미치지 못하면서 ‘헝 의회’가 다시 출연하게 됐다. 헝 의회란 의원내각제 정부 체제에서 의회 내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불안하게 매달려 있는 상태(Hung)의 의회를 뜻한다.

이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은 총리 임명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정부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이원집정부제로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눠 가진다.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총리 임명이 대통령 권한이긴 하나 내각 불신임권을 가진 의회 다수당이 반대하는 총리를 임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통상 총리는 다수당 대표가 차지한다.

관례대로라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좌파 연합에서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 그러나 좌파 연합과 범여권 앙상블과의 의석수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데다가 그간 마크롱 대통령은 극좌 정당에는 정부 운영을 맡기지 않겠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총리 인선은 불확실한 상태에 빠졌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세 가지 방안을 두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가능한 시나리오는 대통령이 대연정(대연립정부)을 구성한 다음 거기서 총리를 임명하는 것이다. 대연정은 이념이 다른 둘 이상의 정당이 연합해 함께 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모든 정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정당과 연합해 의회에서 과반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다수당이 되기 위해 대연정이 실시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위베르 베드린 전 프랑스 외무장관은 “마크롱이 7월 26일 시작되는 파리 올림픽 기간 가브리엘 아탈 현 총리를 임시 총리로 유지한 다음 중도 좌파 연합을 구성하려 할 것”이라며 “그러나 좌파 연합이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의 관계를 끊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좌파 연합의 각 정당 대표는 이미 마크롱 진영이나 우파와의 동맹 가능성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NFP는 자신들에게 정부 구성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프랑스 좌파 연합 내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7일(현지 시각) 파리 시내에서 총선 2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양팔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 /EPA

두 번째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좌파 NFP 중심의 소수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NFP는 극좌파인 LFI부터 이보다 온건한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중도 좌파인 플라스푸블리크 등 여러 정당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총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내부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각 정당 대표는 자신들이 총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기술관료(technocrat)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기술관료 체제의 정부는 고위급 공무원 등 무소속 인사가 다음 선거가 있기 전까지 정부를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이탈리아에선 지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이 같은 형태의 정부가 운영된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합이 구성되지 않을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적어도 2025년 6월에 또 다른 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고위 공무원이나 무소속 인물을 총리로 임명해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프랑스 헌법 제12조에 따르면 ‘총선 후 1년이 되기 전까지는 의회 해산을 할 수 없다’라고 돼 있다. 따라서 새롭게 구성될 정부는 적어도 내년 여름까지는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기술관료 체제의 정부는 프랑스 내에서는 시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 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블룸버그에 “기술관료 체제의 정부는 이탈리아에선 해결책이 될 수도 있지만 프랑스는 전혀 다른 정치적 틀에 있기 때문에 맞지 않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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