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에도 호실적…창업주 일가 셈법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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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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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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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영업이익 전년 대비 70% 급등 전망
장남 측 “영업력 강화해서 뉴한미 만들어야”
모녀 측 “안정적인 전문 경영인 체제 부합”

한미사이언스 창업주 일가/ 조선DB


한미약품이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도 시정 전망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적통성을 내세운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개인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손잡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한 어머니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9일 국내 증권사들은 한미약품이 창업주 일가 경영권 분쟁으로 어지러운 상황에도 올해 2분기에 견조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한미약품의 2분기 연결 매출액은 3847억원, 영업이익은 587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77% 급등한 것이다. 이는 증권가의 컨센서스(시장 전망치)인 매출액 3869억원, 영업이익 469억 원보다도 높다.

하나증권도 비슷하게 전망했다. 하나증권은 한미약품의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와 비교해 11.8% 늘어난 3871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3.9% 늘어난 543억원을 전망치로 내놨다. 이같은 한미약품의 호실적은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전공의 집단 이탈로 생긴 의료 공백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사뭇 다르다.

업계는 제약사 별로 주력 제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한미약품의 간판 제품인 로수젯과 아모잘탄은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치료에 쓰이기 때문에 전공의 집단 이탈로 불거진 의료 공백 문제에서 자유롭다. 반대로 항암제 같은 전문 치료제 중심인 제약사들은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2분기 실적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뛴 것은 연구개발(R&D)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북경한미와 한미약품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들이 글로벌 임상시험에 진입하며, 초기 임상 비용이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R&D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상반기 회사 실적 전망이 나오자 분쟁 중인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는 각자 유리하게 해석했다. 한미약품은 올 들어 모자(母子)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 형제가 신동국 회장의 지원을 받으며 승기를 잡는 듯 했으나, 최근 신 회장이 창업주 일가의 모녀와 손잡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반전된 상태다.

송영숙 회장과 신동국 회장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과학’을 하는 의과학자 출신을 대표이사로 새로 선임하고 한미약품은 박재현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의 견조한 실적이 박 대표이사의 역량을 반영하는 증거라는 것이 현 경영진의 주장이다.

반면 장남인 임종윤 이사는 한미약품의 실적을 근거로 “강한 리더십으로 영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 측 관계자는 “현 경영진이 내부 경영을 잘 해왔을 지 몰라도, 영업력은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이런 시기에 회사 미래를 위해 드라이브를 걸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의 박재현 대표이사는 제제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입사해 팔탄공장장과 제조본부장(부사장)을 거친 ‘생산통’으로 통한다.

앞서 임종윤 이사는 한미약품의 국내외 영업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만들었다. 그의 당초 계획은 이달 중 이사회를 소집해 자신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의결한 후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것이었다. 현재 임종윤 이사는 신 회장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귀국한 이후 신 회장과 두 차례 통화했고 만남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증권사들은 한미약품의 목표 주가는 낮췄다. 경영권 분쟁 등의 이유로 한미약품의 주가가 연초 대비 22%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는 2025년 비만치료제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결과가 나온다”며 “내년으로 갈수록 모멘텀(상승 동력)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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