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템플턴 “韓 밸류업 정책, 성공 잠재력 있지만 시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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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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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은 한국 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상징”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소액주주 무관심이 증시 저평가 유발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이 한국 정부가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정책이 성공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가시적인 성과로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프랭클린템플턴 로고. /프랭클린템플턴 제공

9일 프랭클린템플턴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미국에 본사를 둔 프랭클린템플턴은 75년 이상의 투자 경력을 지닌 자산운용사다. 올해 3월 말 기준 총 운용자산(AUM)은 1조6000억달러(약 2216조원)에 달한다.

프랭클린템플턴은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와 소재 산업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으나 신흥국 기업 중 평균적으로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근거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들었다. 과거 10년 평균 한국 지수 주가수익비율(PER)은 12.8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에 달했지만, MSCI 신흥시장 지수의 PER과 PBR이 각각 13.9배, 1.6배였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 시장은 대형 신흥국 시장 중 밸류에이션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이런 저평가가 한국 특유의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와 소액 주주 권리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경제적 지분에 상응하는 대가 없이 순환출자와 가족 지배를 특징으로 하는 재벌(‘Chaebol’) 구조도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 “오너에 종속된 경영진의 경영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은 기업의 공정가치에 할인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유발 요인이다. MSCI 한국 지수의 ROE는 8.9%로 MSCI 신흥시장 지수(11.8%)를 밑도는데, 낮은 ROE가 한국 기업의 낮은 이익률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프랭클린템플턴은 지난 2022년 국민연금이 LG화학 정기주주총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에 따른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신학철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했던 것을 사례로 들며 국민연금의 이런 적극적 수탁자 역할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봤다.

프랭클린템플턴은 “한국 대통령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투자에 제약을 가했다”며 “이제 국민연금은 (포스코, KT 등) 소유분산 기업에 수탁자 업무를 집중하길 요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배당에 대한 낮은 세제 지원과 높은 상속세, 법인세 문제 등에 대해서는 민주당 주도로 대폭적인 세제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 통과 가능성을 작게 봤다. 다만 프랭클린템플턴은 “경제부총리와 금융감독원장이 이러한 변화를 지지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밸류업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의 한 걸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책의 자율적 성격과 세제 개혁에 대한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성과를 구체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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