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세포 0.07%만 있어도 뇌전증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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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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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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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성 모자이시즘과 난치성 뇌전증 관계 규명
난치성 뇌전증 유전적 정밀 진단 가능해져
소바젠과 뇌전증 RNA 치료제 개발


유전자 가위로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한 인간 수정란. 본 기사와는 관계 없음./조선DB


국내 연구진이 매우 작은 양의 돌연변이 신경세포만으로도 뇌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약물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뇌전증을 유전적으로 진단하는 것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팀은 소아 난치성 뇌전증 동물 모델과 환자 뇌 조직 연구로 0.1% 이하 비율의 극미량 돌연변이 신경세포로도 뇌전증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뇌세포 특이적 돌연변이가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전체 뇌 기능 이상을 유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쥐와 인체 조직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때 뇌세포 특이적 돌연변이는 ‘체성 모자이시즘(Somatic Mosaicism)’이라고 하는데, 이는 하나의 수정란에서 분열·분화로 인체 세포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세포마다 돌연변이가 발생해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난치성 뇌전증 환자 조직에서 밝혀낸 돌연변이 세포 비율./KAIST

실험은 생쥐의 뇌 조직에 뇌전증을 유발하는 체성 모자이시즘을 최소 수백~수만 개 일으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 쥐는 8000~9500개 수준의 돌연변이 신경세포가 나타나자 뇌전증 발작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뇌 조직에 유전정보 증폭 분석법을 활용해 돌연변이 비율을 정확히 측정했다. 환자 뇌 조직에서 발견된 뇌전증 유발 체성 모자이시즘은 0.07%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약품에 반응하지 않아 수술에 이르는 난치성 뇌전증의 유전적 정밀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난치성 신경 정신의학적 질환들이 뇌의 발생과 분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로 국소 피질이형성증을 진단하는 방법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소 피질이형성증은 뇌 발달 과정 중 대뇌 피질에 부분적으로 신경세포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소아 난치성 뇌전증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KAIST 창업기업 소바젠과 함께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체성 모자이시즘 변이를 목표로 하는 리보핵산(RNA)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과 한국연구재단, 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결과는 신경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브레인(Brain)’에 지난달 25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Brain(2024), DOI: https://doi.org/10.1093/brain/awae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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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동팀을 거쳐 지금은 사이언스조선에 있습니다. 과학과 지식재산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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