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어요] 中 쉬인 첫 국내 팝업 가보니… “20%나 비싼데 여기서 왜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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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전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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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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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성수동서 팝업 개장… 14일까지 운영
1020세대 취향 티셔츠 한 장에 8000원
부가세 10% 추가 적용… 앱보다 20% 비싸기도
폴로 ‘짝퉁’ 등도 버젓이 판매
발암물질 발견·동북공정 논란 돌파 가능할까

“3만200원짜리 카고바지가 팝업 매장에서 사면 부가세 10%까지 더해 3만3220원이다. 쉬인 앱(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이보다 10% 더 싸게 팔고 있던데, 굳이 여기서 사야 할까 싶다.”

지난 8일 오전 11시 40분 서울 성수동에 열린 중국 패션 플랫폼 업체 쉬인(SHEIN)의 첫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 앞. 대학생 김희진(23)씨는 “가격표마다 QR코드가 있어서 앱 내 같은 제품 가격도 볼 수 있었는데, 이 카고바지는 2만7180원에 팔길래 앱으로 구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날 단 하나의 옷도 팝업 스토어에서 사지 않았다. 대신 쉬인 앱을 통해 티셔츠 두 개와 바지 한 개를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쉬인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에서 파는 3만원대 카고바지 가격표와 쉬인 앱(애플리케이션)에 공지된 가격. 팝업 스토어에서 구매하면 부가세 10%가 추가 적용돼 앱 구매보다 20% 더 비싼 경우도 있었다. /민영빈 기자

중국 온라인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쉬인은 이날 오전 11시 국내 첫 오프라인 팝업 ‘스타일 인 쉬인’을 열었다. 쉬인은 가격대가 싼 의류를 빠르게 생산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이 강점인 온라인 플랫폼이다.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한 102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다. 어머니와 함께 팝업을 방문한 최희영(16)양은 “한 달에 용돈을 5만원 받는다. 옷을 좋아해서 종종 사는데, 쉬인은 몇천원대 옷들도 있어서 자주 이용했다”며 “팝업엔 피팅룸도 있어서 직접 입어보고 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쉬인 팝업은 총 2층이었다. 1층은 원피스류를 진열하거나 포토존 등 인스타그램 이벤트용 공간들이 배치돼 있었다.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된 한국 배우 김유정이 프린트된 포스터도 벽 곳곳에 붙어 있었다. 2층엔 크롭티부터 청바지나 카고바지를 포함한 여러 의류가 진열돼 있었고, 4개의 피팅룸도 마련돼 있었다.

옷에는 가격과 QR코드가 인쇄된 표가 걸려 있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상한 번역을 그대로 옮긴 제품명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오프숄더 셔츠를 ‘어깨 벗은 셔츠’로 번역해 제품명으로 표기했다. 유명 브랜드인 폴로 랄프로렌, 키르시, 프레드페리 등이 연상되는 로고가 박힌 셔츠나 디자인을 카피한 제품 등 일명 ‘짝퉁’들도 1만원대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 진출 포부를 밝힌 것에 비해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가격만 싸면 된다고 생각한 결과”라고 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서울 성수동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쉬인 팝업 스토어. 11시 오픈 시간에도 오픈런을 위한 긴 줄은 없었다. /민영빈 기자

현재 쉬인은 미국·유럽 등 약 150개 나라에서 3억여 명에 달하는 월간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쉬인의 지난해 매출은 약 450억달러(62조원), 순이익은 20억달러(2조7000억원)였다.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짧은 시간 안에 의류를 저가에 전 세계적으로 대량 생산·판매하는 행위) 업체였던 자라(Zara)와 H&M의 매출과 순이익을 넘은 수치다. 특히 오는 2025년 쉬인의 매출은 585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자라와 H&M 매출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날 쉬인의 팝업에는 오픈런(개장 동시 구매) 현상은 없었다. 이날 오전 11시에 팝업 앞엔 8명이 전부였다. 오후 1시 30분쯤 돼서야 약 30명이 방문했다. 20대 직장인 박 모씨는 “옷도 예쁘고 가격도 확실히 저렴한데 10% 부가세 추가라는 공지를 보고 안 샀다”며 “8000원짜리라고 할 땐 싼 거 같았는데, 10% 부가세 적용해서 8800원을 결제하라고 하니까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설민성(31)씨는 “성수동에서 열리는 다른 팝업에 비해 퀄리티(질)도, 서비스도 별로였다. 이곳을 왜 꼭 와야 하나 싶었다”며 “부가세 10%를 따로 계산해서 결제 금액을 생각하는 것도 번거로웠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싼 게 비지떡’이어도 마감 처리도 제대로 안 된 옷은 왜 진열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쉬인은 이번 팝업 판매 제품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만큼 따로 부가세를 적용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직구에 대해 1회당 150달러(미국발 상품은 200달러)까지 관세와 부가세를 면제하는 ‘소액 수입 물품 면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처음 공개된 쉬인 팝업 스토어. 진열 공간 곳곳에는 '부가세 10%' 따로 적용을 알리는 표지판과 공지문이 있었다. /민영빈 기자

업계에서는 쉬인의 국내 패션 플랫폼 시장 안착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최근 불거진 발암물질 검출부터 동북공정(문화공정) 논란까지 생긴 상황에서 쉬인 팝업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앞서 쉬인에서 국내 판매하는 어린이용 장화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장화의 리본 장식에서만 기준치 대비 약 680배의 가소제가 나왔다.

쉬인 홈페이지에서 한복을 검색하면 중국 전통 의상 한푸(漢服)만 나와 동북공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현재는 삭제 조치에 따라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는다. 쉬인 관계자는 “일시적인 기술 오류로 발생한 것을 확인해 빠르게 대응했다”며 “본사에서 즉각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정적인 이슈가 계속되면 대중들 머릿속엔 그 이미지가 각인될 수밖에 없다”며 “고물가 시대에 최저가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할지라도 안전성이나 역사관, 품질 등에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으면 국내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안전성과 역사 등에 민감하다”라며 “그들이 이 모든 것들을 참으면서 고물가 시대 속 저렴한 소비를 추구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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