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 속 야당발 ‘윤 대통령 탄핵 이슈화’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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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 된 탄핵 청원 청문회
더불어민주당 등 거야(巨野)가 국회 안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굴리기 시작했다. 정상적 절차가 아닌, ‘국민동의청원 탄핵청문회’란 헌정사에서 미답의 변칙 경로를 통해서다. 탄핵할 순 없지만(재적 3분의 2인 200석), 탄핵을 이슈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에선 “위헌이자 불법”이라고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국회법’을 흔들며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국회법 145조 2항에 의해서 발언권을 중지한다. 내가 진행하는 것에 불만이 많은 의원들은 국회법 몇 조 몇 항인지 말하라.”

해병 순직 1주기인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1차 청원청문회에서 민주당의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또다시 국회법을 읊으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정 위원장은 개의 후 130분간 30번 국회법을 내세웠다. 이날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다뤘다. 26일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을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아예 불참할 경우 거야에 판을 깔아주는 격이라고 판단, 현장에서 항의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로 인해 양측 간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청문회 개의 직전 ‘꼼수 청문 원천 무효’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정 위원장실을 항의방문했다. 정 위원장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이들은 위원장실 앞 바닥에 둘러앉아 “문을 열라”며 규탄대회를 벌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법사위원들 출입도 제한하고 있다. 엉터리 막무가내 법사위원장”이라고 했고, 박대출 의원은 “이게 무슨 해괴한 ‘셀프감금’이냐”고 말했다.

아수라장 된 탄핵 청원 청문회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청문회에서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날 곽규택(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오전 9시59분 정 위원장과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위원장실을 나서 회의장으로 이동하려 할 때 이를 막으려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보좌진, 기자들이 뒤엉키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청래 사퇴하라”고 외친 뒤 회의실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오른쪽 뺨이 빨갛게 멍이 들었다. 전 의원은 법사위에서 “회의장 진입을 막은 신원불명의 국민의힘 의원과 보좌진이 있었다”면서 “밀치고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내 오른쪽 뺨에 누군가가 위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도 다쳤다. 구둣발로 짓밟혔다. 고 의원도 불러서 얘기를 듣자”고 하자, 정 위원장은 “감초처럼 그러지 말라. 사람이 다쳤다고 얘기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장은 “법사위원이 회의를 위해 회의장에 진입하는데 폭력, 다중위력으로 막았다면 중대범죄에 해당된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형사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 법사위원들이 “국민의힘 의원을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자 국민의힘도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한 항의였고 폭력적 행동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민주당 위원들이 무리하게 회의장에 진입하며 국민의힘 의원 여러 명을 밟고 지나가 부상을 입혔다”고 맞섰다.

청문회 과정에선 민주당 측과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간 언쟁이 여러 번 있었다. 곽 의원의 항의에 정 위원장은 “한 번만 더 위원장 의사 진행을 방해할 경우 오늘 발언권을 중지하겠다”고 했고 곽 의원이 정 위원장을 노려보자 정 위원장이 “뭘 쳐다보냐”고 한 뒤 곽 의원의 발언권을 중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 위원장=“보기만 할 건가? 말은 안 하고?”

▶곽 의원=“보기만 하겠다.”

▶정 위원장=“오늘 곽규택 의원에 대해서는 국회법 145조 2항에 의해서 발언권을 중지한다. 발언권을 중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발언을 이어갈 경우 퇴장시키겠다.”

▶곽 의원=“퇴장시켜라.”

▶정 위원장=“곽 의원이 계속 째려보고 있다. 의사 진행하는 데 상당히 불편하다. 법사위 직원 한 분이 나와서 곽 의원이 나를 계속 째려보는지 촬영해 달라. 그럴 경우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판단하여 국회법에 의해서 퇴장시키겠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임 전 사단장은 오후엔 증인선서를 했고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을 다룰 2차 청문회는 26일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
송석준 의원은 “탄핵 청원 사유를 보면 모두 현재 진행 중인 수사, 재판과 관련된 사건이고 국가기관을 모독하는 내용”이라며 “불법 청문회를 당장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때도 정 위원장은 “국회법 제65조 1항 조항에 따라서 청문회를 위원회 의결로서 의결한바 오늘 청문회는 합법적”이라고 했다.

이날 청문회 자체는 지난달 21일 ‘특검법 입법 청문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모씨가 함께 해병대 1사단을 방문했을 때 사진을 입수했다며 이를 공개한 정도가 새로운 내용이었다. 야권에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인 이 전 대표가 ‘임성근 구명로비’의 창구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지만, 임성근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입장이다. 장 의원은 “이 전 대표, 송씨 등이 본인이 지휘한 훈련을 지켜본 것”이라며 “사령관이 부대를 방문했는데 누구와 함께 온 건지 확인을 안 했다는 것인가”라고 임 전 사단장에게 물었다. 임 전 사단장은 “훈련 당시 저는 배에 탑승해 있었다. 이 전 대표는 모르고, 송씨의 경우 훈련을 마친 뒤 1~2달 뒤 얘기해줘 방문 사실을 알았다”고 답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수사외압 의혹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경호처 명의로 가입된 ‘02-800-7070’ 번호에 남아있는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주진우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등 휴대전화와의 통화 이력을 문제 삼았다. 이날은 이른바 ‘VIP 격노설’이 제기된 외교·안보 분야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리고,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기록에 대해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진 날이다. 민주당에선 “수석비서관 회의를 하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직접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김용민) “이 전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했고, 범인은 윤 대통령”(박지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전화를 직접 받았냐’는 질의에 “예”라면서도 “누구와 어떤 내용을 대화했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공수처가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을 때 비밀번호를 알려줬느냐”고 물었다. 임 전 사단장은 “알려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이 “알려줄 의사가 있냐”고 묻자, 임 전 사단장은 “알려줄 의사는 있다. 그런데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임 전 사단장이 청문회 도중 외사촌인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에게 ‘박균택 의원께서 휴대전화를 확인하자는 것은 법적으로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며 논란이 됐다. 정청래 위원장은 “청문회장에서 행정부 공무원인 검사와 실시간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행위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이고 국회 모욕 행위”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비서실·국방부 관계자 중 누구도 박정훈 대령에게 ‘임성근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주진우 의원은 “박 전 단장 수사 과정에 오류나 과잉적인 측면이 있었다면 국방부 장관이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구명 로비 의혹의 물증으로 제시된 이종호 전 대표와 통화 녹음 당사자인 김규현 변호사가 사실상 민주당 성향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이 전 대표와의 대화에서 공천 문제를 상의하면서 “원래 파란(민주당) 출신인데 빨강에서 받아주겠냐”고 했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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