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50년 갈치조림 명가'…진한 양념도 밥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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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3. 오후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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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의 ‘SNS시대 노포’
사진 1
1897년 상설시장으로 문을 연 남대문시장에는 노포가 밀집한 음식 골목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갈치골목이다. 갈치 캐릭터 그림과 함께 ‘갈치골목’ 간판이 붙어있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우선 엄청난 열기와 냄새에 압도당한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식당 조리대가 대부분 골목길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데려오면 이 ‘인스타그래머블한(instagrammable·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풍경에 너무나 흥미로워 할 것 같다.

갈치골목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희락갈치’(사진1) 입구에는 ‘국내산 갈치’ ‘계란찜 써비스’ ‘50년 전통의 특미’ ‘50년 전통 갈치 명가’ ‘남대문 원조’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그런데 갈치가 잡히는 어촌이라면 모를까, 왜 대도시 한복판에서 갈치 명가가 탄생했을까? TV 시대의 우연과 필연이 겹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1988년 올림픽 즈음에 희락 및 근처 식당에서 갈치조림을 특화하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인기가 많았다. 주변 식당들이 모두 따라하자 90년대 중반부터는 공중파를 타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침부터 밤까지 줄을 서는 맛집이 됐고 서울 시민들의 수십 년 추억이 서린 노포가 되었다.

사진 2
지금도 식사시간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는데, 테이블 회전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것이 미리 세팅돼 있다. 입구 오른쪽 조리대에는 수십 개의 양은 냄비와 뚝배기가 바글바글 끓고 있고, 왼쪽 전기 그릴에선 수십 마리 생선이 구워지고 있다. 줄을 서면 직원이 바로 메뉴 종이와 펜을 주며 주문을 받는다. 2인 이상은 1층이나 2층 테이블로 안내되고, 1인은 1층 앞쪽 전용석 3자리 중 한 곳으로 안내된다. “갈치조림 1인분이 되는 드문 집”이라는 후기처럼, 혼자 간 사람도 부담 없다.

자리에 앉자마자 랩으로 싸둔 밑반찬 3가지, 비닐에 든 김, 튀김 수준으로 바싹 구운 작은 갈치가 나오고 뒤이어 주문한 메뉴와 밥이 등장한다. 대표 메뉴인 갈치조림(사진2)의 경우 2인분은 뚝배기에, 1인분은 양푼냄비에 담겨 나온다. 잘 익은 큼직한 무, 갈치 두세 토막, 파 모두에 양념이 절묘하게 스며들어 있다. 뒤이어 푹신한 계란찜이 나오는데 이 집의 가성비와 인기를 담당하는 ‘써비스’다. 후기에 가장 많은 내용이 “진한 양념에 밥을 비벼먹으면 밥도둑이다” “김에 싸먹으면 더욱 맛있다” “갈치도 맛있지만, 무가 너무 맛있다” 등이다.

시장답게 무려 아침 7시에 문을 열고 저녁 9시까지 쭉 영업한다. 갈치조림 1인분, 고등어조림, 모둠생선구이가 각 1만2000원이다. 삼치구이와 고등어구이는 각 1만원.

글·사진 이민영 여행·미식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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