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바이든·트럼프 첫 TV 토론…“누가 말실수 안 하느냐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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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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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左), 트럼프(右)
27일(현지시간)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은 펜과 메모장, 물 한 병만 놓고 벌이는 ‘백병전’이다. CNN 주최로 90분간 진행되는데 두 차례의 중간 광고 시간에도 캠프 관계자들과 접촉할 수 없다. ‘제3후보’인 무소속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TV토론 참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4년 전과 같은 양자 대결이 됐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 토론은 바이든·트럼프 각 후보의 위험 요인을 확인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경우 인종차별 등 위험수위의 발언, 바이든의 경우 기억력 등 고령 리스크가 토론에서 드러나 유권자들의 허용 범위를 넘어갈 경우 대선에 결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태순 평론가는 “고령의 두 후보가 펜과 메모장만 들고 들어가는 토론이라는 점에서 누가 말실수를 안 하느냐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TV 대선후보 토론은 대선전의 하이라이트다. 두 후보의 경쟁력을 직접 생생하게 비교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후보의 비전과 공약·정책뿐 아니라, 표정과 몸짓 등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드러난다. 이 때문에 1960년 처음 도입 때엔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 당시 민주당 후보인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이 “미국은 훌륭한 나라지만 더 훌륭해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동안 공화당 후보인 리처드 닉슨 부통령은 면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불안해하는 닉슨과 자신감 있고 패기 있는 케네디의 모습이 비교되며 토론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 2%포인트 우위를 보였던 닉슨은 역전을 당했다. 황 평론가는 “실제 두 후보의 나이 차는 4살에 불과하지만, 당시 케네디의 신선한 이미지와 닉슨의 우중충함이 대비되며 큰 차이를 이끌어냈다”고 평했다.

1984년 73세의 나이로 재선에 도전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의 경우도 TV토론의 위력을 보여줬다. 첫 TV토론에서 집중력을 잃거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 55세이던 윌터 먼데일 후보에 비해 고령이 리스크로 작용했다는 평을 듣던 레이건은 두 번째 토론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사회자가 “나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묻자, “저는 상대방 후보가 너무 어리거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라고 받아넘겨 토론장을 웃음바다로 만들면서다. 먼데일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레이건 특유의 유머로, 먼데일의 ‘젊음’을 ‘경험 부족’으로 프레이밍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TV토론이 일반화되고 유권자들의 당파성도 강해지면서 TV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황 평론가는 이번 토론을 두고도 “중도층 유권자의 선택에는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드라마틱한 영향은 없을 것”이란 예상을 했다.

한편 보수매체 폭스뉴스가 지난 14~17일 양자 대결을 상정해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오차범위 ±3%포인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폭스뉴스 조사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이 앞선 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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