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고 얼굴엔 발진이… 알고보니 ‘이 난치병’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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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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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유 없는 발열, 쇠약감에 시달리던 김모(43)씨. 얼마 전에는 거울을 보다가 볼에 붉은 발진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별다른 통증이나 가려움이 없어 열 때문에 상기된 것으로 여겼지만 발진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커져 얼굴을 덮은 나비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찾은 병원에서 김씨는 ‘루푸스’ 진단을 받았다.

여성 발병률이 9배 높고, 신장 합병증 위험
루푸스는 면역체계가 자신의 신체 조직을 공격해 여러 장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질환이다. 주로 15~45세 여성에게 발생하는데 남성 대비 여성의 발병률이 약 9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환자 수는 1만~2만5000명으로 추정되며 유병률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면역체계가 주요 장기를 공격하면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신부전, 관상동맥질환 등이 많이 발생하는데 루푸스 환자의 약 50%가 신장 관련 합병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푸스의 가장 흔한 형태는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다. 피로와 발열이 대표적인 증상이며 관절 부기와 통증, 양 볼에 나비 모양 피부 발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류마티스 학회가 제시한 11가지 진단 기준 중 4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루푸스로 진단된다. 주요 기준은 ▲나비형 발진 ▲원판형 발진 ▲광 민감성 ▲구강궤양 ▲관절염 ▲장막염 ▲신장 질환 ▲신경학적 질환 ▲혈액학적 장애 ▲면역학적 장애 ▲항핵항체 등이다.

루푸스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등 특정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었을 때, 특정 약물에 노출되었을 때 루푸스가 발병 또는 악화될 수 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위장관의 미생물 불균형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여성은 임신, 출산, 폐경 등 호르몬 변화로 인해 루푸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성수 교수는 “루푸스를 가진 여성이 임신하면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임신 전 상담과 계획, 정기적인 모니터링, 약물 관리 등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충분히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치 어렵지만 꾸준한 관리로 더 건강하게”
루푸스 치료는 환자의 증상, 질병 심각도, 영향을 받은 장기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주로 대증적 치료와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를 적용한다. 약물 치료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항말라리아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 다양한 약물 치료가 있으며, 최근 JAK 억제제, 인터페론 항체 등 새로운 치료제도 사용되고 있다.
루푸스 환자들은 생활습관 관리가 필수다.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휴식과 수면, 스트레스 관리, 금연 및 절주 등이 권고된다. 특히 많은 환자가 햇빛에 과민반응을 보이므로 선크림, 양산, 모자 등을 이용해 자외선을 차단한다. 또 스테로이드 등 장기간 약물치료는 골다공증, 근육감소를 일으킬 수 있어 예방을 위해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

정 교수는 “루푸스는 현재로서 완치는 어려우나,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통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특히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의 최근 5년 생존율은 약 90~95%에 이르는데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하고 치료 반응도 다르므로, 환자와 의사 간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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