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연령 늦어지는데, 희소식… “난소 노화 늦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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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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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비가역적이라고 알려진 난소 노화를 늦출 방법이 제기됐다. 면역억제제·암 치료제로 쓰이는 약을 이용했는데, 초기 임상 시험 결과 여성 생식 능력을 5년 정도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적으로 아이를 갖기 어려운 난임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불임 환자 수는 2018년 22만 7922명에서 2022년 23만 8601명으로 약 5% 증가했고, 난임 시술 환자 수도 2018년 12만 1038명에서 2022년 14만 458명으로 약 16% 증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고령 산모가 늘어서다. 난소는 신체 중 가장 빠르게 노화되는 장기로, 30대 중반이면 노화가 가속되고 한 번 기능을 잃으면 되돌릴 수 없다.

미국 컬럼비아대 산부인과 서유신 교수와 어빙의료센터 생식내분비학과 제브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은 라파마이신으로 난소 노화를 20%까지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라파마이신은 이미 안전성이 확인돼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이다. 현재 콩팥 이식 환자의 장기 거부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투여하는 면역억제제, 암 치료제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라파마이신은 지난 2009년 수명도 연장할 수 있다는 게 동물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엠토르라고 불리는 세포 성장과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물질에 작용해, 생쥐의 노화를 늦췄다. 인간에게 똑같이 적용하면 평균 기대수명이 142세까지 연장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인간 임상 시험을 하려면 적어도 수십 년이 걸리는 데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어 아직 사람에게 수명을 늘리는 약으론 사용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라파마이신의 노화 억제 작용이 난소에도 똑같이 작용할 것으로 가정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지난 2018년 먼저 동물 실험으로 난소 기능 부전이 있는 생쥐에게 라파마이신을 활용했을 때 난소가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올해 초부터 사람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난소는 노화가 빠르게 진행돼, 6개월 미만으로 측정해도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35세 이하 여성 3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라파마이신 5mg 캡슐을, 다른 그룹은 위약 캡슐을 주 1회 3개월 동안 섭취하도록 했다. 콩팥 이식 환자는 보통 라파마이신을 하루 13mg 처방받는다.

연구 결과, 라파마이신을 섭취하면 난소 노화가 늦어져 ▲폐경이 미뤄지고 ▲생식 능력은 연장되고 ▲연령 관련 질환 위험은 줄어들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은 매달 약 50개의 미성숙 난자가 방출되고 그중 하나만 배란에 이른다. 라파마이신 섭취 그룹에선 난소의 대사과정이 느려져 한 달에 15개의 미성숙 난자만 방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평생 방출되는 난자의 개수가 한정적인데, 매달 적은 수의 난자를 방출해 생식 능력을 약 5년 정도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체 노화를 촉진하는 주요 요인인 난소 노화의 속도를 늦추려는 인류 최초의 연구"라며 "폐경이 시작되면 여성은 심장병, 뇌졸중, 골다공증 등 다양한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지는데, 라파마이신 섭취로 생식 능력을 연장하면 폐경도 미뤄지는 등 노화 과정 전체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파일럿 임상 시험 결과를 보면 라파마이신이 유발할 수 있는 메스꺼움, 두통, 고혈압, 감염 등 44가지의 부작용 없이 난소 노화가 20%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오히려 라파마이신 섭취 그룹이 위약을 먹은 그룹보다 기억력, 에너지 수준, 피부·머리카락 질이 향상됐다"고 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실험 참가자는 모두 정상적으로 규칙적인 월경을 했다"며 "우리가 몸에 이상이 가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복용량을 찾았다는 것으로, 많은 양을 줬다면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멈췄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연구팀은 임상 시험 참가자를 지속해서 모집하고 있다. 1000명 이상 포함한 더 큰 규모 연구 결과를 2년 안에 보고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라파마이신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저렴한 제네릭 약물이므로 증거가 확립되면 진전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연구 비용이 많이 드는데, 라파마이신은 특허 만료 약물이라 수익을 낼 가능성이 없어 제약 회사가 투자할 동기가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에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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