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도 난청 환자 위한 '인공와우 수술'… 국소마취 시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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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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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특진실_동아대병원

청력 손상 심하면 보청기 효과 없어
손상된 달팽이관에 임플란트 삽입

인공와우 이식 후 다시 소리 듣게 돼
동아대 의료진, 국소마취 수술 성공
동아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성욱 교수는 “국소마취 수술을 통해 치료 비용을 줄이고 입원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대병원 제공

"직장인도 입원 부담 없이 치료 가능"

난청은 말 그대로 청력이 저하 또는 손실돼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질환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로 노인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지만, 과도한 이어폰 사용과 같은 이유로 젊은 층에서도 소음성 난청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환자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도에 따라 경도·중등도·고도·심도 난청으로 구분되며, 치료법 역시 진행 단계를 고려해 결정한다. 청력 손실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보청기 착용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달팽이관(와우)이 많이 손상돼 청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고심도 난청 환자에게는 인공와우 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그동안 전신마취를 통해서만 수술이 진행됐으나, 최근에는 국내 의료진이 국소마취 후 인공와우 이식에 성공하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난청 방치하다 뇌·정신건강까지 위험

난청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을 넘어 뇌 건강,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청력에 이상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대인관계와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생겨 고립감, 우울, 불안 등을 느낄 수 있다. 아직 글과 말을 배우지 않은 어린 아이의 경우 언어·인지·사고능력과 뇌 발달에 영향을 받고, 노인은 뇌에 가해지는 소리 자극이 줄어들면서 인지기능이 저하되거나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에 따르면, 고도 난청 환자는 치매 발병률이 5배가량 높았다.

전문가들이 난청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병원을 찾아 적합한 치료를 받으면 난청 증상이 완화되는 것은 물론, 난청으로 인해 생긴 부수적 문제들도 해결될 수 있다. 반면 난청을 방치할 경우 난청 증상과 그에 따른 문제들이 악화되고 치료 또한 어려워진다.

국소마취 인공와우이식 수술 다음날 아침 모습. 환자는 머리를 감고 이 날 오전에 퇴원 했다. /동아대병원 제공

고심도 난청 환자, '인공와우'가 유일한 치료법

난청 치료는 크게 보청기 사용과 인공와우 이식 수술로 나눌 수 있다. 경도·중등도 난청 환자의 경우 보청기만 착용해도 의사소통과 일상생활이 가능해지지만, 고심도 난청 환자에게는 인공와우 수술이 사실상 유일한 치료법이다.

고심도 난청 환자는 소리를 전기 신호로 전환하는 능력이 매우 저하·상실돼, 보청기로 소리 자극을 키워도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체 청각 장애인 중 약 50%는 이 같은 고심도 난청 환자로 알려졌다.

인공와우 이식은 손상된 달팽이관에 임플란트를 삽입하는 수술이다. 삽입한 임플란트 전극이 외부 어음처리기로부터 전달된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 청신경을 자극하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술 후에는 매핑과 청각재활 과정도 필요하다. 매핑(mapping)이란 청신경 상태에 맞게 소리에서 변환되는 전기량을 설정하는 것으로, 매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인공와우를 이식해도 정상적인 크기로 소리를 듣지 못한다. 청각재활 훈련은 인공와우 이식 후 소리와 의미를 연결하는 연습을 통해 소리를 듣고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기르는 작업이다. 특히 소아 난청 환자에게는 청각재활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매년 1000건가량 인공와우 이식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고가의 수술이지만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급여대상에 해당될 경우 아동 양쪽 최대 95%, 성인 한쪽 최대 8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동아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성욱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은 달팽이관 기능에 이상이 생겨 청각을 소실한 환자에게 유용한 청력을 제공하는 수술"이라며 "인공와우 수술 적합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국소마취 수술 성공… 비용·시간 절감

인공와우 이식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는 고난도 미세 수술로, 보통 전신마취 상태에서 시행한다. 다만 전신마취 특성상 심장, 폐 합병증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령 환자뿐 아니라 젊고 건강한 성인도 전신마취 후 불쾌한 매스꺼움, 구토와 같은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전신마취를 하면 입원 기간 역시 길어진다.

동아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성욱 교수팀은 이 같은 전신마취 수술의 단점을 해결하고자 국내 최초로 지난 6월 한 달간 인공와우 수술 세 건을 국소마취로 진행했다. 수술은 모두 성공적이었다. 기존에도 전신마취가 불가능할 정도로 환자 건상상태가 안 좋아 부득이하게 국소마취로 수술한 사례는 있었으나, 전신마취가 가능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연달아 국소마취 수술을 시행·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교수는 "수술팀의 축적된 경험과 4㎝ 정도 최소 피부 절개, 90분을 넘기지 않는 신속한 수술을 통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국소마취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늘려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환자 입장에서 국소마취 수술은 치료 비용·시간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일 수 있다. 실제 국소마취 후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비용이 크게 줄었고, 입원기간 또한 4일에서 2일로 단축됐다. 퇴원 후 즉시 일상 복귀가 가능했기 때문에 수술에 대한 부담감도 크게 경감됐다. 정성욱 교수는 "난청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질환"이라며 "국소마취 수술이 가능해지면서 며칠씩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도 입원 부담 없이 수술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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