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몸이 크면 뇌도 크다는 통설을 깨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몸이 매우 큰 동물은 뇌가 상대적으로 작으며, 인간의 큰 뇌는 일반적 진화 추세를 벗어난 특이 현상으로 분석됐다.
영국 레딩대, 더럼대 공동 연구팀은 포유동물 1504종을 대상으로 뇌와 몸 크기의 연관성을 알아봤다. 포유동물에는 설치류부터 코끼리 같은 대서양원류, 소·양 같은 우제류, 영장류, 인간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들의 뇌와 신체 크기 데이터를 비교·분석했다.
연구 결과,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뇌가 비례적으로 크지 않았다. 뇌와 신체 크기는 곡선 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동물의 몸집이 클수록 뇌가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 크기는 이 같은 포유류 전체의 전반적 뇌 크기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모 사피엔스는 진화하는 동안 체질량 대비 뇌 질량 변화율이 다른 모든 포유류 종의 중앙값보다 23배나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인간의 뇌 크기 진화 속도가 다른 포유류보다 20배 이상 빨랐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에서는 영장류와 설치류, 육식동물의 경우 뇌 변화 속도가 다른 동물보다 빨랐으며, 통설과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대적 뇌 크기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포유류 그룹은 뇌가 작아지거나 커지는 급격한 변화를 보였는데 박쥐는 처음 진화했을 때 뇌가 빠르게 작아진 후 매우 느린 변화율을 보였다. 이는 비행과 관련된 진화적 제약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 저자 조애나 베이커 박사는 “이런 뇌 크기 패턴은 조류에서도 볼 수 있는 만큼 동물에서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몸집이 매우 큰 동물의 경우 뇌가 그만큼 크지 않는 기전을 찾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 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