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췌장이식, 정직한 의료인’ 윤대원 이사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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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4. 오전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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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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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헌 윤대원 학교법인일송학원 이사장이 25일 경기 안양시 한림대성심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사진=한림대의료원 제공

국내 의료발전에 기여하고 정직과 인간애를 기반으로 사회복지와 의술보급에 힘썼던 도헌 윤대원 학교법인일송학원 이사장이 25일, 오후 4시 20분 경기 안양시 한림대성심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고인은 1945년 6월 23일 평안남도 용강군에서 윤덕선 학교법인일송학원 설립자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용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톨릭의과대학에서 의학 석·박사를 마치고 1979년 미국 콜롬비아대 외과학교실에서 장기이식과 첨단의학 연구를 섭렵했다.

1980년 귀국 후 그는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외과에서 환자를 돌보며 1985년 한림대의료원 최초로 신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1987년에는 국내 최초로 췌장이식수술에 성공해 당뇨병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한국 의학 발전에 공헌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장, 한림대의료원장을 거치친 윤대원 이사장은 1989년 학교법인일송학원 2대 이사장에 취임하며 아직 의술 보급이 원활하지 못한 국내에 더 많은 환자를 돌보기 위한 대형병원 건립을 추진했다. 1997년부터 시작된 IMF외환위기 속에서도 1999년 한림대성심병원을 개원하고 이후 2013년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을 개원했다.

또 배움이 국력의 밑바탕이라는 지론으로 1990년 한림과학원 설립했다. 이어 1997년 한국컨벤션산업경영연구원 개설, 2004년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해 인재 양성에도 힘썼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는 1992년 보사부장관(전 보건복지부) 표창장을 수상했다.

짧은 시간 동안 내실을 챙기며 외연을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정직’에 있었다. 생전 고인은 “내가 정직하면 된다. 자신에게 엄격해지도록 정직하면 스스로 자유롭다.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에는 어떤 방패나 울타리도 필요하지 않다. 거짓없는 정직만이 나를 자유인으로 만들어준다. 결국 정직은 행복을 불러온다”라고 말해왔다.

어렸을 때부터 생물과 자연에 경외심을 느끼고 인간을 포함한 생명에 깊은 애정을 느꼈던 그는 경영기간 동안 의료사회복지 확대에 특히 집중했다.

1974년 성심자선병원이 문을 열었을 때 부원장으로서 영세민을 위한 무료 진료를 시행한 것을 시작으로 1991년부터 한국노인보건 의료센터, 성심복지관(현 신림종합사회복지관), 안양복지관 등을 설립 및 개관했다. 또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화성시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 동탄노인복지관 위탁운영 등을 시행했다. 학교법인 일송학원은 20년 넘도록 활발히 운영 중이다.

IMF외환위기 당시 노숙자, 영세민, 결식아동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2000년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민을 위해 2000만원을 희사했는데, 이 금액이 종잣돈이 돼 ‘SOS 기금회’설립으로 이어졌다. 이는 2006년 정부가 ‘긴급복지지원법’을 제정해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 시행에 초석이 됐다.

한림대의료원 소속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은 국내 화상 치료의 메카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화상전문병원이며 입체적 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화상환자만을 위한 화상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화상은 경제적 수준이 높아질수록 발생률이 낮아지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환자도 점차 줄고 있다. 그러나 한 번 당하면 그 흉터가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으며 회복을 위한 수술 및 치료가 수십 년간 필요할 수도 있다. 고인이 적자 지속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행복과 인술을 위해 꾸준히 투자와 관심을 쏟아온 이유다.

고인은 “생명을 방치할 수는 없다. 생지옥 같은 화상 치료를 누군가는 해야만 한다. 아무도 안 하니까, 우리라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화상환자는 급한 치료 후에도 일상회복까지 재활 등 긴 시간이 필요하다. 생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고인은 2008년 화상환자 사회복지만을 위한 한림화상재단을 설립했다. 환자의 치료비 후원은 물론, 소아 환자가 흉터와 치료 탓에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해 학업을 이을 수 있는 화상병원학교를 운영 중이다. 화상병원학교 이용자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1만2755명에 달한다. 현지 의료기술 및 장비의 한계로 치료받지 못하는 해외 환자를 위해 현지에서 또는 해외 환자를 국내로 초청해 무료 치료를 시행하기도 했다. 2018년까지 베트남 등 8개국 화상환자에게 지원된 진료비는 18억2430만 원에 달한다.

인류행복과 인간애를 최우선 가치로 삼으면서도 윤대원 이사장은 ‘시대의 강력한 응전자’로서 기능할 것을 지속 추구했다. 학교법인일송학원은 각종 의료 예측모델을 개발하고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을 이용한 미래 의료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빈소는 한림대성심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장례가 끝난 후 고인은 경기 남양주시 금곡면 선영에 안장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장남 윤희성 학교법인일송학원 상임이사, 차남 윤희태 도움박물관 관장, 장녀 윤은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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