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먹으면 어질어질~ ‘이 병’ 몰랐다가 사고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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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4. 오전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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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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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57세 여성 A씨는 무언가를 먹었다 하면 현기증, 어지럼증을 느낀다. 특히 떡과 같은 탄수화물을 먹은 뒤에는 더 심한데 어느 날엔 넘어지면서 손을 잘못 짚는 바람에 한 동안 깁스를 하기도 했다. 병원에 가도 혈압이 조금 낮을 뿐 약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하는데 A씨는 더 심하게 넘어져 골절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A씨는 ‘식후 저혈압’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식후 저혈압은 말 그대로 밥을 먹으면 혈압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상태다. 사람이 식사를 하면 혈액은 소화기관을 운동시키기 위해 소화기관으로 몰린다. 이때 말초혈관이 혈액 이동량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노화로 말초혈관의 혈류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이러면 혈액이 소화기관에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막지 못해 신체 다른 부위로의 혈류량이 감소한다. 뇌로 이동하는 혈류량이 감소하면 현기증,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혈압 저하가 일어나는 시간대는 대개 식후 30분~1시간 후다.

식후 저혈압은 고령자 3명 중 1명에게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 파킨슨병이나 당뇨병 환자에게서도 자주 보인다. 가정용 혈압기로 식전과 식후 1시간에 혈압을 재서,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이 식전과 비교했을 때 20mmHg 이상 떨어지면 식후 저혈압 가능성이 있다. 혈압 강하가 심한 경우 협심증이나 일시적인 뇌허혈 발작이 일어날 수도 있다.

식후 약간의 현기증 및 어지럼증만 느껴지는 상태라면 식전에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물이 위를 팽창시키고 이는 다시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서 말초혈관 수축을 유도한다. 혈액이 소화기관 쪽으로 과도하게 몰리는 걸 막는 것이다.

실제 대구가톨릭대 간호학과 손정태 교수팀이 65세 이상 노인 25명을 대상으로 하루는 식전에 400ml(물컵 2잔 정도)의 물을 마시게 하고, 하루는 물을 마시지 않고 바로 식사를 하게 했다. 그리고 식후 15분마다 6번씩 총 90분간 혈압을 측정했다.

그 결과, 물을 마시지 않고 식사를 했을 때는 수축기 혈압이 식전보다 평균 16.7mmHg이 떨어졌다. 물을 마셨을 때는 평균 5.4mmHg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5.4mmHg 정도의 혈압 하락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완기 혈압은 큰 변화가 없었다. 혈압 변화는 수축기가 이완기보다 훨씬 중요하다.

아울러 식후 저혈압 증상이 있으면 식전에 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또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식후 저혈압을 일으키기 쉬워지므로 저탄수화물 식이를 권장한다. 빨리 먹으면 그만큼 장에 혈액이 모이기 쉬워서 식후 저혈압이 잘 일어나기 때문에 천천히, 딱딱한 음식부터 먹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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