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블랙아웃, 치매와 정말 관련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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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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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음주 후 기억을 잃는 '블랙아웃'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면 당장 술을 멀리해야 한다. 잦은 블랙아웃은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블랙아웃은 단기 기억 상실의 일종이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다른 사람에게 상황 정황을 들었을 때 어느 정도 기억이 나는 ‘부분 블랙아웃’ ▲정황을 들었는데도 기억이 전혀 안 나는 ‘완전 블랙아웃’이다. 완전 블랙아웃은 뇌세포 간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신경 수용체인 ‘NMDA’에 이상이 생겨 뇌신경 독소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는데도 술을 마신다면 뇌세포가 줄고 뇌에 물이 차게 된다.

알코올은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인 해마 내에서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작동을 방해한다. 또 신경세포에 독성을 유발해 뇌세포를 파괴한다. 이런 식으로 뇌의 이랑(뇌 주름에서 튀어나온 부분)이 평평해지고 빈 곳인 뇌실이 넓어지면 인지기능이 저하된다. 따라서 잦은 블랙아웃은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잦은 알코올 섭취로 뇌기능이 저하해 발생하는 치매다. 노인성 치매에 비해 폭력적인 특성을 보이는데 알코올에 의한 독성으로 전두엽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전두엽은 우리 뇌에서 집중력, 판단력, 계획력, 충동 억제 등에 관여한다. 전두엽이 파괴되면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약해져 폭력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 중 10%가 겪고 있는데 비교적 젊어도 걸릴 수 있다. 40대는 물론 30대 환자까지 보고될 정도다. 노인성 치매와 달리 치료가 쉬울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 번 파괴된 뇌세포를 복구하기란 어려워 제한적인 치료만 가능하다.

또 알코올에 의한 뇌 손상은 베르니케 코시코프 증후군도 유발할 수 있다. 알코올은 비타민B1(티아민)의 분해를 촉진하는데, 잦은 알코올 섭취로 체내 티아민 흡수율이 저하되면 베르니케 코시코프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베르니케 코시코프 증후군은 보행 장애나 인지 장애가 특징인데, 노인성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아웃을 예방하려며 술은 한 잔이라도 먹지 않는 게 좋다. 부득이하게 먹어야 한다면 마시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블랙아웃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통상 혈중알코올농도 0.15%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술을 마시더라도 많지 않은 양을 천천히 먹는 게 좋다. 또 한 번 음주를 한 뒤에는 뇌세포와 간이 회복될 수 있게 72시간 정도는 금주해야 한다.

완전 블랙아웃을 자주 겪음에도 알코올 섭취 조절이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알코올 중독 전문의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행동 치료로 나뉜다. 약물 치료로는 술을 끊도록 돕는 항갈망제, 뇌세포 손상을 막는 뇌세포 활성화 약을 처방 한다. 대표적으로 '날트렉손', '아캄프로세이트' 등 두 가지 약물이 쓰인다. 날트렉손은 뇌의 보상회로를 차단해 술을 마셔도 즐거움을 못 느끼게 한다. 아캄프로세이트는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술에 대한 갈망감, 불안감 등을 줄인다. 행동 치료로는 술 섭취를 줄이도록 하는 동기유발 치료, 상담 등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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