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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나라 말기암 환자들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낮다. 중앙호스피스센터의 ‘연도별 호스피스 서비스 이용률’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 해 암으로 세상을 떠난 환자 8만2204명 가운데 단 23.0%인 1만8907명만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했다. 말기암 환자의 95%가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영국과는 사뭇 다르다.
나머지 6만명이 넘는 환자는 요양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응급실에서 임종했을 가능성이 크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김대균 권역호스피스센터장은 “요양병원에서 임종하는 환자들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종합병원 응급실 순”이라며 “말기암 환자 중 92%는 의료기관에서 사망하고 나머지 8%는 자택, 요양원 등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완화의료가 가지는 한계 탓이 크다. 완화의료도 단계가 있다. 임종을 앞둔 환자를 대상으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적용하는 전문완화의료 외에 급성기 병동에서 전문의가 제공하는 일반 완화의료, 모든 보건의료인이 제공하는 완화의료적 접근 등이 있다. 서비스 유형도 ▲자문형 ▲가정형 ▲입원형 ▲낮병동형 ▲사별가족지원형 등 다양하다.
예컨대 일본은 암 진단 시점부터 완화의료적 접근을 시작한다. 암 초기라도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적극적인 치료가 적용됨과 동시에 환자·보호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완화의료가 시작된다. 병이 더 진행돼서 완치를 목적으로 할 수 없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전문완화의료팀이 주된 역할을 맡는다. 김 센터장은 “요즘 해외에서는 일반 급성기 병동에서도 말기 환자에게 완화의료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면 환자 입장에서는 주치의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양자택일이다. 완치 목적의 치료를 포기해야 호스피스에 입원할 수 있다. 환자들이 입원을 미루는 이유다. 완화의료의 효과를 위해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입원 시기는 사망 석 달 전이다. 그런데 말기암 환자의 평균 입원 기간은 3주다. 세브란스병원 완화의료센터 권승연(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느 시점에 호스피스로 가야 할지 정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완화의료팀이 오랜 시간 개입하고 꾸준히 소통하면서 적절한 시기를 안내해야 하지만 이 시스템이 부족하다 보니 말기암 환자들의 호스피스 입원 시점은 점점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처럼 호스피스 뺑뺑이를 도는 환자들도 많다. 보호자들이 최소 3~4군데 정도에서 상담 받은 뒤 대기를 걸어두지만 자리가 날 지는 미지수다. 대기하다 사망하는 환자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호스피스 병상이 부족해 한 병원에서만 대기 중 사망자가 100명에 달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기본적인 현황조차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호스피스 병동만 늘려놓는다고 끝은 아니다. 결국 좋은 죽음을 위해서는 자택 임종을 위한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말기 환자 대부분이 병원에 입원하는 까닭은 입원을 요하는 고통스러운 증상이 나타나서가 아니다. 환자를 돌볼 환경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생애말기 환자 중 3분의 2가량은 입원형 호스피스가 필요 없다”며 “1차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증상을 관리할 수 있지만 그런 시스템이 없으니 호스피스를 알아보라고 권유한다”고 말했다. 또 “결국 의료가 아니라 돌봄의 영역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호스피스의 의미를 제대로 알릴 필요도 있다. 지난해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성인 1000여명을 대상을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중 6명은 호스피스가 뭔지 몰랐다. 코앞에 닥쳐서 알게 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으니 거부감도 클 수밖에 없다. 호스피스는 잘 죽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잘 살기 위해 가는 곳이다. 권 교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죽음을 재촉하지도, 지연하지도 않는다”며 “입원 기간이 3주든 6개월이든 환자가 삶의 마지막까지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