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만든 고기 ‘배양육’, 언제 식탁에 올라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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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24. 오후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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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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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이 뜬다]④ 배양육 제품 출시 임박
조만간 배양육 제품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큰 장애물은 축산물과 가격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진은 잇저스트 배양육 제품./사진=잇저스트

실험실에서 세포를 키워 고기를 만들어 낸다는 '배양육' 개념이 나온 지도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러나 아직 세상에 있는 어느 마트 매대에도 배양육은 오르지 못했다. 말만 무성한 채 아직 실물은 베일에 감춰져 있는 미래고기 '배양육', 정말 식탁에 오르는 날이 오기는 할까? 다행히도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배양육 개발 스타트업 씨위드 이희재 대표는 "미국 FDA가 배양육 업체들의 사전승인절차를 시작한 만큼 3년 뒤면 실제 시장에서 배양육이 판매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등장 시기와 실제로 제품을 사 먹을 수 있는 시기는 조금 다를 수 있는데, 결국 수요로 생산량이 충분해야 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양육 제품 출시, 정말 얼마 안 남았어
배양육 개념은 2013년 모사미트 공동창립자인 네덜란드 마크 포스트 교수가 처음 제기하면서 등장했다. 고기를 실험실에서 제조해, 지구 온난화 촉진, 감염병 위험 증가 등 각종 축산업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니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배양육에 대한 기대감도 시들해졌다. 매우 오랜 시간동안 소비자에게 대량 유통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 ▲안정성 ▲경제성 ▲완성도 측면을 꼽을 수 있다. 실험실에서 키워진 제품이다 보니 식품 기준에 맞는 보장된 안정성을 구현해 내야 했고,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물질의 단가도 크게 낮춰야 했다. 모사미트가 처음 선보인 배양육 햄버거 패티 1개에는 무려 32만달러(약 4억 2190만원)가 들었다. 또 세포를 키운 것이다 보니 실제 고기 같은 완성도 있는 모양을 만들어 내기 어려웠다. 상품화하려다 보니 샬레 안에 든 다짐육 모양새를 소비자 기대에 맞춰 실제 고기 모양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해결책을 도통 찾지 못하는 것 같은 지지부진한 시간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2020년 배양육 분야에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생겼다. 2020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배양육 닭고기의 생산과 판매를 허가한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미국 배양육 개발업체 잇저스트(Eat Just)로, 싱가포르 당국에 제조 공정을 20회 이상 보여준 뒤 안전성과 품질을 검증받고 판매 허가를 받았다. 잇저스트는 '굿미트'(GOOD Meat)라는 브랜드로 배양육 치킨 제품을 레스토랑으로 공급하고 있다. 아직 소매점에 유통되지는 않았다. 이후 수많은 배양육 회사들이 성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배양육의 안정성을 공식 인정했다. 미국 배양육 개발업체 '업사이드 푸드'가 FDA에 허가 신청 후 인간이 섭취해도 좋다는 심사 결과를 받아냈다. 세포농업기술(배양육) 연구 기업 스페이스에프 관계자는 "미국 배양육 선도기업들이 현재 FDA 서면검토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기업들은 빠른 시일 내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업사이드 푸드 배양육 제품./사진=업사이드푸드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가격'
제품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인 3가지 측면(▲안정성 ▲경제성 ▲완성도)을 하나씩 얼마나 해소됐는지 알아봤다.

▶안전성=배양육이 실제 출시되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가장 먼저 국가별로 안전성을 허가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확인한다. 일단 아직 정확한 가이드라인 자체가 나오진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직 심사를 요청한 배양육 회사가 없다"면서도 "배양육 안전성 평가와 제조·가공 가이드라인은 지난해부터 마련하기 위해 돌입했고,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차후 나올 규제를 통과할 수 있을 기술은 나왔을까? 이희재 대표는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우리나 다른 기술적으로 앞선 기업들은 대부분 해결했거나,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배양육에선 안전성이 우려되는 점이 상당히 많다. 배양육은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줄기세포, 심장 없이도 오랫동안 살아 증식할 수 있는 불멸화 세포주, 일차배양 세포 등을 배지에서 대량 배양해 만든다. 이때 세포 노화를 억제하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하거나, X-ray를 쬐 돌연변이를 유도하고, 호르몬·성장인자·혈청 등 세포들을 증식시키기 위한 물질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항생제가 들어간다. 스페이스 에프 관계자는 "우리는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혈청 배지 기술, 균일한 배양육 생산을 위한 세포주 확립 기술을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기술로 최종생산 단계에서 항생물질이 잔류하지 않게 지속해 공정 최적화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성=배양육은 비싸다. 이희재 대표는 "가격 단가를 낮추는 게 매우 어려운 문제다"라며 "고기를 100g당 만원이라고 비싸게 가정하고 배양육 단가를 고려하면 배양육 생산 단가의 50~80%를 차지하는 배양액 가격을 1L당 수백원에서 수천원으로 낮춰야 하고, 우리는 2000원 이하로 낮추고 있지만, 더 낮춰야 한다"고 했다. 배양육은 가축의 근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배양액이 담긴 생물반응기에 넣어 만든다. 무균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배양육을 만들 곳을 구축할 때부터 돈이 많이 든다. 실험실이다 보니 소량으로 생산되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배양액으로는 주로 소 태아 혈청을 쓰는데, 혈청은 매우 비싼 데다 식용으로 허가도 돼 있지 않다. 스페이스에프 관계자는 "일단 혈청 대체재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세포 배양 최적화 기술로 대량배양시설을 만들면 효과적으로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우리는 파일럿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모든 배양육 업계가 가격을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먼저 판매 허가를 받은 잇저스트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초기 판매 제품은 100% 배양육이 아닌 식물성 단백질과 혼합해 내놓을 계획이라 밝혔다.

▶완성도= 완성도도 문제다. 실제 고기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배양육을 잉크로 고기를 만드는 3D 바이오 프린트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실현되기에는 부족하다. 스페이스 에프 관계자는 "현재 기술력으로는 복잡한 실제 육류의 치밀한 구조를 모사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먼저 시장에선 간 고기 형태를 이용한 가공육 형태나 식물성 단백질과 합춰진 제품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형태뿐만 아니라 내용물의 맛에 대한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이희재 대표는 "많은 업체가 다양한 제품군으로 개발 중"이라며 "맛, 향, 식감, 외형 등을 모두 고려해 소비자가 만족할 만큼 고도화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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