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검찰,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가해자에 징역 5년 구형… “혐오범죄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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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7. 오후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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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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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 현장
피해자 변호인 “가해자 범행, 여성혐오·성차별적 사고방식에 기반”
피해자 “여성혐오주의자 아니라는 가해자 말 인정 못 해”
27일 오전 경남 창원지방법원앞에서 경남여성회와 여성의당 경남도당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엄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세원 기자


"저는 여성혐오자도 아니고, 신남성연대 지지자도 아니다. 저희 친어머니도 숏컷을 하고 있다. 저를 여성혐오자로 보지 말아달라."

8월 26일 오전 경남 창원시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 피고인(가해자) A씨는 마지막으로 주어진 발언 시간에 "저를 여성혐오자로 보지 말아달라"며 감형을 호소했다.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은 지난 2023년 11월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성이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던 20대 남성 A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 "나는 신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당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날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주연‧곽리찬‧석동우 판사) 심리로 열린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항소심은 약 1시간 가량 공방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A씨는 자신이 여성혐오자도, 신남성연대 지지자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 변호사와 검찰,  판사의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왜 그렇게 진술했는지 모르겠다", "망상이었던 것 같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고,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한 탓에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였으며, 양극성정동장애를 앓았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같은 피고인의 발언에 법정을 찾은 일부 방청객은 조용히 헛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항소심에는 방청연대와 취재진을 포함한 50여명이 참석했다. 공판이 끝난 뒤 일부 방청객은 피해자를 끌어안고 위로하며 가해자의 발언에 분노를 표했다. 

공판 후 피해자 B씨는 여성신문에 "(가해자가) 자기 죄를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다 정신병 때문이고, 중요한 순간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무엇보다 (가해자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화가 많이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너 페미니스트지?', '페미는 맞아야 한다', '나는 여자는 때리지 않지만 페미는 맞아야 된다'는 말을 계속 들으면서 공격을 당했다. CCTV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사는 피고인이 지난해 조사 당시 진정제를 맞아 졸고 있었으며, 이에 조사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발언을 했을 리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가해자가) 별도로 진행된 경찰, 검찰 조사에서 같은 진술을 했다. 한 조사에서 졸았다 할지라도 두 조사에서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은 결국 본인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여성혐오주의자가 아니고,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는 (가해자의) 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제여성폭력추방의 날인 2023년 11월 25일 여성의당이 주최한 '맞아도 되는 여자는 없다. 여성증오범죄 법안 신설하라'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보라색 리본을 묶어 들어올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여성의당 제공)


검찰은 이번 항소심에서 범행이 용의주도했으며, 가해자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가해자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선고일은 오는 10월 15일 오후 2시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혐오범죄의 일종"이라며 "사회적 공포와 불안감은 물론 젠더갈등이라는 사회적 균열을 일으키는 단초가 될 수 있어 엄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인 경남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형사3단독(판사 김도형)은 지난 4월 피고인에게 특수상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초범이지만 비정상적인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다는 근거로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했다는 점과 더불어 심신미약 상태라는 점을 감형 사유로 들었다. 

피해자 측 이경하 변호사는 "피고인은 특정 여성은 남성인 자신이 때려서 교정을 시켜줘야 되고, 다른 남성도 당연히 이러한 교정에 동조해야 된다는 지극히 여성혐오적이고 성차별적인 사고방식에 기반해 범행에 이르렀다"며 "범행동기인 여성혐오적 편견은 피고인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에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피고인 자신의 주체적인 선택과 의지로 형성한 편견"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성차별적 편견과 여성혐오, 여기서 비롯된 강력범죄가 만연한 현 세태를 고려할 때 피고인의 범행은 더욱 사회적 해악이 크며 그 파급력이 적지 않기 때문에 엄중히 다뤄 경종을 울릴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 앞서 경남여성회와 여성의당 경남도당 비상대책위 등 총 43개의 여성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가해자는 심신미약자가 아닌 여성혐오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여성혐오적 동기가 명백한 테러범죄를 가해자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심신미약이라 판례에 명기한다면 추후 수많은 테러 범죄자들이 혐오범죄를 개인의 병, 일탈로 변명하는 물꼬를 터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에 △여성혐오범죄를 비난할 만한 동기로 적시하고 양형가중인자를 적용할 것 △공정한 법정을 만들 것 △피고인을 엄벌해 여성혐오 범죄의 뿌리를 뽑을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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