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곳에서 산양을 보았다” 홍천군 주민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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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4. 오후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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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미의 작은 소리 듣기] 홍천군 주민들은 왜 양수발전에 반대하나
2026년에 착수해 2032년 준공될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가 예정대로 지어지면, 댐건설로 51가구가 살던 터가 수몰된다. 홍천 주민들의 경제 기반 중 하나인 국내 최대 규모 잣나무 숲, 1800헥타르(ha)도 물에 잠긴다. 사진은 홍천 풍천리 하부댐 예정지.


주민들은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산양을 보았다." 잣나무 향기가 퍼지는 바람을 기억하는 그들은 10년간 진행되는 댐 건설 토목공사로 천혜의 자연을 잃어버리게 될까 우려한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건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 건설이다. 2026년에 착수해 2032년 준공될 이 발전소가 예정대로 지어지면, 댐건설로 51가구가 살던 터가 수몰된다. 홍천 주민들의 경제 기반 중 하나인 국내 최대 규모 잣나무 숲, 1800헥타르(ha)도 물에 잠긴다. 

인간만 삶의 터전을 잃는 게 아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삵, 하늘다람쥐 등 5종이 함께 집을 잃는다고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이하 반대위원회)는 주장한다. 어떤 주민은 야생산양도 봤다고 했다. 야생산양은 남북한이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자연은 공장에서 하루아침에 만들지 못한다. 한 달이면 뚝딱 지어내는 건물이 아니다. 수천 년 수백 년 동안 올빼미와 소쩍새가 울고 사냥과 수달이 땅을 밟아 만들어진 땅이다. 

홍천에서 양수 발전소 건립문제로 시끄러울 때 그냥 귓등으로 흘려보낼 수 없었던 이유다. 그런데 왜 양수발전소를 지어야 할까? 

어떤 주민은 야생산양도 봤다고 했다. 야생산양은 남북한이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사진은 KBS2TV 프로그램 '통일로 미래로'가 2021년 8월 7일 소개한 야생산양. ⓒKBS 동영상 갈무리


지난 7월 1일 홍천 군청에서 열린 '전원개발 사업, 홍천군의 책임과 권한은?' 심층 토론회에 참여했다. 사업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예고없이 불참했다. 

이전에 열린 주민과 만남의 자리에서 한수원은 홍천군이 양수발전소 허가를 동의하지 않으면 산자부와 한수원만으로는 양수발전소는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던 적 있다고 토론회 참가자들은 전했다. 

그런데 신영재 홍천군수, 주민, 한수원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사업 책임과 권한을 확인하고자 한 자리에 한수원은 참여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홍천양수발전소 반대하는 주민들,
"경제도 생태도 기후정의도 외면한 사업"


2022년 5월 『현장과 광장』 6호에 실린 기고문 '양수발전소 건설의 문제점'에서 박성율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는 양수발전소는 경제성도, 생태도, 기후정의도 외면한 사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오랫동안 석탄 발전소와 핵발전소의 보조 장치로 사용되어왔던 양수발전소는 탈탄소와 탈핵이라는 시대적 사명과 배치됐다. 그러나 2008년 이후 풍력이나 태양광 에너지 등 간헐적 에너지원을 안정화시키는 전기저장장치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며 주목받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에너지 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가 양수 발전소를 대신할 수 있다고 박차를 가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양수발전소가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가 이겼다. 

그러나 에너지 저장방식은 양수발전뿐 아니라 압축 공기저장장치, 플라이 힐 등을 이용한 물리적 저장과 리튬 이온전지, 납축전기 등 화학적 저장도 있고 전기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 형태로 저장하는 에너지 저장 방식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다양한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2021년을 포함해 최근 6년간 양수발전소는 1조원의 적자가 났다며 양수 발전소를 건립하는 건 국가적 손실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7월 1일 홍천 군청에서 열린 '전원개발 사업, 홍천군의 책임과 권한은?' 심층 토론회에 참석한 홍천군민들.  ⓒ최형미 


발전소 건설로 송전탑 들어서면
잣 생산 등 농업 피해도


반대위원회의 주민대표인 강재구 위원장은 지방자치시대에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 것을 신영재 홍천군수에게 호소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 6년 동안 반대 시위와 기도회에 참여했는데, 양수발전을 반대하자 한수원에 의해 고발당하고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고 말하며 "공정하다고 착각하는 행정을 멈추라"고 호소했다. 

법무법인 '자연'의 최재홍 변호사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인천 계양산에 롯데 골프장이 들어서려 할 때 공공재를 사기업이 독식하는 것을 막고 반대하는 행정 정지를 하여 대법원에서 이긴 사례를 이야기하며 행정수장의 입지가 중요하다고 환기했다. 

용석록 탈핵신문 편집장은 양수발전소와 이에 따르는 송전탑이 들어설 때 홍천군은 습도와 온도 변화로 농업이 피해를 보고 홍천 잣 생산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 

강원도 노동당지부의 이건수 사무처장은 개발논리에 찌든 사고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며 홍천이 개발주의 투기꾼이 범벅이 돼버린 지역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환경운동연대의 김영현 사무처장은 "환경이 돈이며 생명"이라고 말하며 "자연과 생태를 외면할 때 역사는 우리를 욕되게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영재 홍천군수가 지난 7월 1일 홍천 군청에서 열린 '전원개발 사업, 홍천군의 책임과 권한은?' 심층 토론회에 참석한 홍천군민들에게 사업 타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최형미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것이란 소문
"시세 대비 30~50%"


이번 양수발전소에 들어가는 돈은 1조5천억원이다. 이 거대한 국책사업에 대기업 토목건설회사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홍천에 돈이 흘러넘칠 것처럼 사람들은 생각한다. 토지가 서너배로 올라갈 것이라는 소문도 자자했다. 

한수원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보상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 실상은 다르다고 반대위원회는 전한다. 감정평가법에 근거 인근 토지의 공시지가를 기준해서 평가하기 때문에 시세 대비 30~50% 정도의 가격일 뿐이다. 이미 값싼 땅에 건설을 준비한 것이니 그 보상금이 많을 리가 없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다고 해도 현 수준을 유지하는 수평이동은 불가능하다. 

마치 선심 쓰듯이 주민을 위한 공사인 체하지만 이곳의 돈벌이는 토건에 참여하는 대기업들 차지가 될 것이다.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 도시 변두리로, 척박한 주변으로 방황하게 될 수도 있다. 

중앙정부는 홍천을 그저 서울의 뒷마당 정도로 여기나 보다. 농부들에게 푼돈 좀 나눠주면 감지덕지할 줄 알았나 보다. 언제나 가난하게 살아온 농부들을 막 대하는 관료들의 방식이다. 이 사업이 진행되면, 홍천은 생태와 자연의 마을이 아니라 수도권의 에너지 공급책이라는 자리를 확고하게 할 것이다.

홍천군 무인카메라에 모습이 잡힌 담비. 담비는 우리나라 전국의 산악지대에서 살고 있지만 서식지 파편화로 서식지가 줄면서 개체수가 급감해 멸종위기2급 동물로 지정됐다. ⓒ홍천군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국가 정책'

반다나 시바는 국가 정책이 기업을 위한, 기업의, 기업에 의한 것이 되어버렸다고 개탄하였다. 일만 있으면 기업총수들을 불러 친기업을 표방하며 경제 정책을 펼치는 현정부니 그들이 원하는 수조원의 국책사업을 멈추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방자치 시대에 홍천 주민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사례로 남겨질 것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쳐지고 있는 여러 지역에도 좋은 본이 되길 바란다. 

한수원의 불참으로 파행되었던 회의가 7월 15일 4시에 홍천 군청에서 다시 열린다. 오랜 싸움으로 전문가가 돼버린 주민들이 어떻게 싸우고 대응하는지 보러 가야겠다. 어디 이게 그들만의 문제겠는가.

ⓒ최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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