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손’ 논란 점입가경... 직원 살해 협박 받는데 르노는 침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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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5. 오전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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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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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직원 신상 털고 살인예고 글까지
르노, 여성 직원 인사위 개최 예정
“사회적 책임 지지 않는 기업 문제”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 겸 본사 전경. ⓒ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가 회사 홍보 영상에서 단지 '집게손가락' 모양을 취했다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한 비난을 받고 있는 여성 직원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억지 논란으로 살해 협박까지 받는 자사 직원을 보호하기는커녕 되려 후속 인사 조치를 취하겠다는 르노코리아의 행태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여성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홍보 영상 속 직원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난, 해고 요구에 이어 직원의 거취와 관련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직원의 실명을 거론한 살인 예고 글까지 올라왔다. 칼을 들고 있는 사진을 포함한 해당 게시글에는 "찾아내서 정당한 값을 치르게 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게시물은 삭제됐지만,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이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르노코리아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신차 홍보 영상에서 한 여성 직원이 집게손가락 모양을 취하자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게손가락'이 남성혐오를 뜻한다는 억지 주장이 확산됐다.

그러자 르노코리아는 공식 사과와 함께 해당 직원에 대해 직무수행 금지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지난 3일 사내 게시판에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드블레즈 사장의 입장문에 대해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조사위원회를 통해 조사를 진행했고, 인사위원회를 통해 후속 조치를 검토한다는 내용"이라며 "(드블레즈 사장이) 사내 게시물에 대한 검수과정이라던지, 회사의 윤리교육 강화에 대해 말씀하셨다"고 했다. 

현재 해당 직원의 살해 협박 글까지 올라오면서 기업이 자사 직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회사 차원의 대책을 묻는 질문에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문화예술노동여성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해 11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게임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몰이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가 든 피켓에 '집게손이, 페미니스트가 그렇게 무섭냐'라고 적혀있다. ⓒ여성신문


여성계에서는 수년간 이어진 '집게손가락' 사상검증으로 여성 노동자의 권리와 일자리가 위협받자 기업이 더 이상 일부 혐오자들이 만들어낸 억지 논란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응위원회'(공대위)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르노코리아가 조사를 위해) 전문가들을 섭외했다고 밝혔는데, 회사 내부에서 논의를 했겠지만 그 전문가가 누구인지, 이 사건을 제대로 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을 한 것인지, 그리고 이 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는 사실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르노코리아가 책임지고 '문제가 없다'고 하면 되는 것을 한 여성 노동자를 앞세워서 방패막이 삼아 끝내려고 하고 있다"며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문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대위 차원에서도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계속해서 사건을 주시하고 있으며, 대응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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