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여론 조성 작업’ 위키트리에 의뢰 정황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②-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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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0. 오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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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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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위키트리와 ‘여론 조성 작업‘을 시도한 정황을 ’진실 프로젝트' 공동취재팀이 확인했다. 11년 전 의혹이 제기된 이후 당사자로부터 관련 정황을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시사IN〉과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진짜 저널리즘 실천)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시사IN 조남진


“〈뉴스데스크〉를 마치겠습니다.” MBC 간판 뉴스 프로그램이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7분. 뉴스 리포트는 다섯 개뿐이었다. 뉴스데스크보다 앞서 방송되어 왔던 다른 시간대별 뉴스들은 모두 결방이었다.

MBC 기자들은 다른 곳에서 뉴스를 만들고 있었다. 그 영상은 ‘제대로 뉴스데스크’라는 제목으로 지상파 채널이 아닌 유튜브에 공개되었다. 2012년 1월25일부터 MBC 기자들은 뉴스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5일 뒤인 2012년 1월30일, 기자들은 MBC 역대 최장기간 파업(170일)으로 기록될 총파업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분류된 김재철 사장이 MBC에 부임한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 편성 과정과 인사정책에서 공정성 논란이 계속 불거져오던 시기였다.

같은 기간 MBC 사측도 방송사에 남을 기록을 하나 냈다. 역대 최다 기자 ‘해고’ 기록이다. 박성호 당시 기자회장, 이용마 당시 언론노조 홍보국장, 정영하 당시 노조 위원장, 강지웅 당시 노조 사무처장(해고 순서) 등을 제작 거부와 파업을 주도했다는 사유로 회사에서 내보냈다.

파업 진행 중 해고, 특히 그 대상이 노조 위원장과 사무처장이었다는 점은 사측이 ‘노조와 협상은 없다’고 못박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해석은 현실이 됐다.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될 수밖에 없는 ‘치킨 게임’이 시작됐다. 이후 생긴 상흔과 후유증은 파업 기간 이상으로 오래 남았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다. 2024년 7월4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이진숙 전 MBC 사장(후보자)는 2012년 총파업 당시 사측 핵심에 있던 인물이다. 이 후보는 노조가 요구 조건 중 하나로서 ‘퇴진’을 요구받은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의 ‘입’으로 통했다. 사측을 대변하고 노조와 맞섰다.

2024년 7월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명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2012년 MBC 총파업 과정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다시 불거졌다.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 경영진과 접촉해 대가를 약속하며 ‘여론 조성 작업‘을 시도하고, 사내에 ’트로이컷’이라는 보안 프로그램을 배포해 직원들의 이메일, 메신저 내용을 몰래 수집하고 열람했다는 의혹 등이다. 이번 공동취재단 취재 결과, 이 사건과 관련된 인사들로부터 그때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하는 발언이 확인되었다.

12년 전 MBC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이진숙 후보자는 그때 무슨 역할을 맡았을까. 시계를 다시 12년 전으로 돌려보자.

위키트리-MBC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서비스' 계약



“위키트리 공훈의 당시 사장은 작년(2012년)에 김재철(당시 MBC 사장)과 계약을 맺고 MBC 노조 파업에 반대하는 SNS 여론 조성 작업을 하기로 했다. 계약금만 수천만원 받아간 적도 있다(고 이용마 MBC 기자 트위터, 2013년 2월27일).”

“이진숙 당시 MBC 기획조정홍보본부장은 2012년 4~5월 공훈의 위키트리 당시 대표를 접촉해 ‘리스크 매니지먼트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트위터 등 SNS 게시물 등을 이용해 MBC 노조를 비방해 달라는 내용이다. MBC는 그 대가로 6000만원의 착수금과 함께 2012년 12월까지 매달 2000만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이용마 MBC 기자 〈한겨레21〉 기고, 2016년 2월6일).”

암투병 끝에 2019년 8월 세상을 떠난 고 이용마 MBC 기자는 2012년 MBC 총파업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이었다. 그는 2013년과 2016년 각각 “이진숙 후보자가 공훈의 당시 위키트리 대표와 만나 ‘노조 와해 공작’을 도모한 정황이 있었다”며 앞서와 같이 주장했다.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등 각종 비리 의혹이 연달아 폭로되면서 여론이 사측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여론전 필요성을 느낀 김재철 당시 사장이 이진숙 후보자(당시 MBC 임원, 기획홍보본부장)을 통해 인터넷 매체 위키트리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게 당시 이용마 기자 주장의 골자다.

고 이용마 MBC 기자는 2013년과 2016년 각각 트위터와 기고글을 통해 2012년 이진숙 당시 MBC 기획조정홍보본부장이 위키트리에 여론 조성 작업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7년 12월11일, 5년여 만에 복직돼 첫 출근하는 이용마 기자(가운데). ©시사IN 신선영


이용마 기자는 또, 본인이 공훈의 대표와 직접 통화했다면서 공 대표가 “(위키트리는) MBC의 기존 트위터 계정을 쓰려고 했는데, MBC 경영진이 ‘가상 계정’을 만들어서 작업해달라고 요구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용마 기자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진숙 후보자가 당시 위키트리에 ‘리스크 매니지먼트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SNS와 가상 계정 등을 통해 ‘여론 조성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그 대가로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당시 MBC 경영진과 위키트리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런데 최근 공동취재단 취재 과정에서, 이진숙 후보자가 기획홍보본부장 시절 MBC노조 비방 거래를 요청해왔다는 사실을 공훈의 당시 위키트리 대표가 인정했다. 이용마 기자의 ‘이진숙 후보자의 여론 조성 작업 시도’ 의혹이 제기된 이후, 그 실체가 당사자(공 전 대표)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훈의 당시 대표는 2024년 7월17일 공동취재단과의 통화에서 ‘2012년 이진숙 당시 기획홍보본부장과 만나 MBC 노조 파업에 대해 SNS에서 비방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거래했느냐’는 질문에 “(MBC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제가 중간에 해지했다. 그걸로 끝난 일이다”라고 답했다.

당시 MBC의 ‘무리한 요구’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공훈의 당시 대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 부당하고 무리다 싶어 해지했다. 당시 받았던 착수금도 모두 정리했다”고 밝혔다. “‘정리’의 의미가 착수금을 반환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공훈의 당시 대표는 “네”라고 답했다. 이진숙 후보자에게 착수금까지 받은 위키트리가, ‘리스크 매니지먼트 서비스’라는 이름의 여론 조성 작업 계약을 중간에 해지했다는 게 공 당시 대표의 설명이다. 공 전 대표는 과거 이용마 기자와 통화한 사실도 인정했다.

위키트리 틀어지자 폴리뷰로?



MBC 경영진이 위키트리와 거래가 무산된 이후 다른 인터넷 매체와 함께 여론 조성, 노조 와해 작업을 시도한 정황도 있다. 2016년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공개된 이른바 ‘백종문-박한명 녹취록’이 근거다. 300분 분량의 이 녹취록은 2014년 4월1일 백종문 전 MBC 부사장(당시 MBC 미래전략본부장) 등 회사 고위 간부들과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 폴리뷰의 박한명 당시 편집국장 등이 서울 종로구 한식당에서 만나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이때 백종문 본부장은 최승호 당시 PD와 박성제 기자 징계 해고에 관해 “증거가 없으나, 가만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 해고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보복성 부당 징계’ 논란에도 불을 붙였다.

2017년 10월31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백종문 전 MBC 부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연합뉴스


이 녹취록에는 이진숙 후보자도 등장한다. 녹취록 대화에 따르면, 박한명 당시 폴리뷰 편집국장이 MBC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2년부터였다. 박 당시 국장은 전 아무개 변호사를 통해 이진숙 후보자(당시 MBC 기획홍보본부장)를 만나게 되면서 ‘MBC 사측의 입장’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전 변호사가 저희 아버지 후배다. 어느 날 전 변호사가 ‘야, 나 어제 이진숙 본부장(당시 기획홍보본부장)하고 MBC 사람들 만났다’고 말하면서 자료들을 봉투에다가 꽁꽁 싸가지고 이만큼을 줬다. 그러면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팩트가 좀 다르다. 너가 좀 보고 싸워주면 좋겠다’라며 부탁했다. (자료를) 넘겨 가면서 MBC 노조 주장하고 같이 보다 보니까 재밌더라.“ 그러면서 박 국장은 ”저희(폴리뷰)도 이제 똑같이 MBC 시즌2가 된거다”라고 말했다. 이 녹취록은 박한명 국장이 이진숙 후보자를 통해 여론전 요청을 받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박 당시 국장은 이후 이진숙 본부장을 직접 만났다고도 말한다. “제일 중요한 얘기를 마지막으로 드리면, 제가 이진숙 본부장님을 뵀다.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아무래도 이 미디어전을 치르려다 보면 (MBC노조 관련) 정보가 부족하니, 정보를 주실 수 있는 창고를 하나 개설해줘서 정보를 줬으면 한다.”

“50억은 프로그램 제작, 50억은 우리가 먹자는 것”



박 당시 국장이 이진숙 후보자와 상의한 ‘미디어전’의 ‘대가’를 설명하는 대목도 나온다. “이진숙 본부장님한테는 제가 좀 말씀드렸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프로그램 외주를 좀 하나 주시면, 직접 제작은 못해도 원거리에서 하는 자료라든지 이런 거를 할 수 있다.” “‘100분 토론’ 지방선거 관련해서 급한대로 제가 나가든지, 아니면 제가 추천하는 분으로 해서 토호세력의 문제점을 두세 번정도 다뤄줬으면 좋겠다.” 실제 박 당시 국장은 2015년 2월10일, MBC 100분토론에 패널로 출연했다. 그밖에 거론된 대가는 라디오 패널 출연, 사내 고급 정보 제공 등이었다.

폴리뷰를 활용한 여론 조성 작업은 실제로 이뤄졌을 확률이 높다. 이른바 ‘백종문-박한명 녹취록’을 제보한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가 2016년 2월2일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가 그 의혹을 뒷받침한다. 소 전 기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폴리뷰에서 일하던 시절) ‘MBC 노조는 죽일 놈’이라는 세뇌에 갇혀 있었다. 말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김재철 사장 편을 들어야 했다."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는 이어 "MBC 등 공영방송 노조를 공격하는 기사를 쓴 뒤 폴리뷰에 올렸다. 폴리뷰 기사는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포털 검색이 되는) 미디어워치와 뉴스파인더, 푸른한국닷컴 등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비슷한 기사를) 직접 편집했다. MBC 경영진은 우리를 ‘유일한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폴리뷰는 MBC의 옷이자 날개’라고 추켜세웠다. (대가로 논의한) 외주와 관련해서 박한명 편집국장은 100억원을 이야기했다. 50억원은 프로그램 제작에, 50억원은 우리가 먹자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모의는 빈번했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이 현재, ‘방송의 독립성과 자유, 공공성 및 공익성 보장’을 목적으로 설립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어 있다. 이진숙 후보자는 위키트리와 폴리뷰 등에 여론 조성 작업을 제안한 사실이 있는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묻는 공동취재단의 질의에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라고만 답했다. 이진숙 후보자 청문회는 오는 7월24일, 25일 이틀 간 국회에서 열린다.

언론 장악 공동취재단: 문상현(시사IN)·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박재령(미디어오늘)·신상호(오마이뉴스)·박강수(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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