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만 듣기엔 너무 아까운 동요 [기자의 추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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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30. 오전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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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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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노래하다〉
도종환 지음
미디어창비 펴냄


“엄마 앞에서 짝짜꿍/ 아빠 앞에서 짝짜꿍/ 엄마 한숨은 잠자고/ 아빠 주름살 펴져라(‘짝짜꿍’, 원제는 ‘우리 애기 행진곡’).” 온 국민이 아는 이 동요를 지은 사람은 정순철 작곡가(1901~?)이다. 1920~1930년대 윤극영·홍난파·박태준과 함께 ‘4대 동요 작곡가’로 불린 근대 음악가이자, 방정환과 함께 ‘색동회’를 만들고 어린이 인권과 문화 증진에 앞장선 교육자·어린이 운동가였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하는 ‘졸업식 노래’도 그의 작품이다.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노래는 아직 불리는데 ‘정순철’이라는 이름은 희미해졌다. 9·28 서울 수복 당시 인민군이 후퇴할 때 납북되었다는 소문 외에는 1950년대 이후 그의 행적이 밝혀진 바 없다.

납북이든 월북이든 북으로 간 사람들을 거론하는 일을 금기시하던 긴 세월을 지나, 정순철은 고향이자 주 활동지였던 충청북도와 옥천군, 정순철기념사업회의 지원 아래 2011년 〈정순철 평전〉(비매품)으로 재조명됐다. 2022년에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개정판 〈어린이를 노래하다〉가 새로 나왔다. 정순철은 1924년 〈신여성〉 2권 6호에 실은 ‘동요를 권고합니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바쁘거나 복잡한 일에 파묻혀 있을 때라도 고운 동요를 한 구절 부르면 마음이 시원하고도 고요해지고 깨끗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곧 5월5일 어린이날이다. 그날 여러 행사장에서 동요가 울려 퍼지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동요는 1년에 딱 하루 어린이날에나 간신히 메인 음악이 될 만큼 찬밥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창작동요 대회였던 MBC 창작동요제는 2010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되고 KBS 창작동요대회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요즘 어린이들도 동요보다는 성인 대상의 대중가요를 더 즐겨 부른다. ‘어린이답지 못하다’며 꾸짖을 일이 아니다. 정순철 작곡가가 1924년에 말한 것처럼 “먼저 좋은 노래를 많이 주고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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