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버스는 공공재다”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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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07. 오전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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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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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 박사훈 위원장(66·왼쪽)과 홍수인 사무처장(50·오른쪽)은 노란버스(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 박사훈 위원장(66·왼쪽)과 홍수인 사무처장(50·오른쪽)은 노란버스(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학원만큼이나 어린이들이 오래 머무르는 곳이 있다. 바로 그곳까지 아이들을 태워 데려다주는 ‘노란버스(어린이통학버스)’ 안이다. 노란버스 없이 대한민국 보육과 교육은 돌아가지 못한다.

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이하 셔틀연대) 박사훈 위원장(66·왼쪽)과 홍수인 사무처장(50·오른쪽)은 노란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 일은 곧 노란버스를 타는 어린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셔틀연대는 전국의 어린이 통학버스 차량 대수를 30만 대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제도권 밖(미신고 차량)에 있고 나머지 절반 중 대다수는 자가용 자동차 유상운송 허가를 받은 개인 소유 차량이다. 대부분 일종의 지입 방식으로 학원 등 교육시설과 운행 계약을 맺지만, ‘공동소유제(교육시설과 어린이 통학버스의 소유권을 나눠 가지는 제도)’라는 독특한 제도로 인해 차주(기사)들은 신고필증에 자신의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다.

기사들이 가진 권한은 작은데 지닌 책임은 크다. 학원 경영자 지시에 따라 승차 도우미 없이 차를 몰다가 문제가 발생하면(어린이 통학버스는 승차 도우미 탑승이 의무화돼 있다) 책임은 기사가 고스란히 질 수밖에 없다. 학생 픽업 시간에 늦었다고 해고당하기 일쑤고, 학부모로부터 불친절하다는 항의가 들어오면 기사에게 벌금 10만원을 물리는 학원도 있다. 월급 쪼개기, 임금 체불, 차량 운행 외 부가 업무 지시를 당해도 참고 견디는 것 말고는 일자리를 유지할 방도가 없다.

박 위원장은 셔틀연대 창립 전 하루 ‘세 탕’을 뛰었다. 새벽엔 중·고등학생 통학을 시켜주고 주간에는 영어유치원 등·하원, 저녁에는 대기업 직원 퇴근용으로 버스를 운행했다. 임금이 너무 낮은 탓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셔틀 기사들 절반 이상은 순수익이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라고 말했다. 운행과 운행 사이 휴식할 공간과 여유도 부족하다. 주차 공간이 없어서 주차단속을 피해 계속 뱅뱅 돌아야 할 때가 많다. 어린이 통학차량인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이들을 승하차시키다가 주정차 위반 딱지를 떼이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이런 노동환경은 노란버스 기사들의 과로와 과속을 부르고, 이는 결과적으로 그들이 모는 차에 타고 있는 어린이들의 안전문제로 이어진다. 임금이 낮고 노동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젊은 신규 인력의 유입이 줄어, 기사들 연령대가 평균 60세 이상으로 점차 고령화하는 것도 문제다.

셔틀연대는 어린이 통학버스 공영제,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지역별 등록제라도 해주기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통학버스 차량을 누가 몰고, 차 상태가 어떠하며, 안전장치와 보험 가입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기사들 교육은 이수했는지 등을 개별 책임에 맡기지 말고 공공이 관리해달라는 이야기다. 또 통학버스 지원센터(콜센터)를 설치해서, 한 달치 월급을 불법 소개비로 떼이고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는 노란버스 기사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 5년 전 서울시에서 약속을 했는데 여태 지켜지지 않았다.

박사훈 위원장은 물었다.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한 운행만큼 공공의 이익과 직결된 영역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당부했다. “우리는 미래세대의 교육과 보육을 위한 ‘이동’을 일임하고 있다는 소명의식이 있습니다. 우리가 더욱 안전하고 자부심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정책과 제도 부분에서 좀 더 신경을 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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