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답할 수 없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입력
수정2023.01.16. 오후 6:14
기사원문
주하은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국조위의 공개 일정이 끝났다. 참사 이후 혼란에 대한 행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되지 않았고, 재발 방지책도 논의되지 못했다. 유가족도 납득을 못하고 있다.
1월12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2차 공청회에서 울음을 참는 진술인과 유가족들. ©시사IN 이명익


1월12일 2차 공청회를 끝으로 국회 이태원참사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모든 공개 일정이 마무리됐다. 50여 일간 국조특위는 기관보고·청문회·공청회에서 총 131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나름 소득도 있었다. 각 기관들이 국회에 허위로 보고한 사항들을 증거와 증언을 통해 새로 밝혀냈다. 유족을 향한 2차 가해 방지책을 촉구하고, 지난해 12월12일 생을 마감한 고등학생 이재현군을 이태원 참사 희생자로 인정하게끔 했다.

참사를 예견하고 예방하는 데 유관 기관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확인했다. 법적 책임만 물은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의 차이점이다. 특수본은 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대부분 용산 지역단위 기관(용산경찰서·용산소방서·용산구청)과 서울경찰청에 한정했다. 서울시와 경찰청,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사실상 수사 대상에서 벗어났다. 반면 국정조사에서는 대다수 기관들이 참사 예방에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도 실마리를 찾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긴급한 상황에서 기관 간 협조 체계를 원활히 작동시킬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여전히 논란이다. 참사 당일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소방은 현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혼잡 경비를 주 임무로 하는 경찰기동대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25분이 걸렸다.

여당은 책임을 아래로, 야당은 책임을 위로 물었다. 야당은 궁극적으로 행안부와 그 산하 조직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중대본은 대규모 재난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고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의 경우 참사 발생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30일 새벽 2시30분에 중대본이 설치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중대본과는 별개로 행안부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재난관리 주관기관의 장은 재난이 발생했을 시 중수본을 신속히 설치·운영해야 한다. 주관기관을 분류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재난이 발생할 경우 행안부에서 주관기관을 정한다. 이상민 장관도 청문회에서 이태원 참사 주관기관이 행안부라고 인정했다.

행안부 규정은 중수본 본부장인 행안부 장관의 역할을 자세하게 규정한다. 그중 하나가 관계기관과 협조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행안부 매뉴얼에 따르면, 위기관리체계 조직도(〈그림〉 참조)에서 중수본은 소방이 담당하는 긴급구조통제단과 유관 부처·기관 사이에 위치해 ‘협조지원’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용혜인 의원은 청문회에서 “장관이 임의적 판단을 하지 말라고 매뉴얼을 만들어놓은 건데 이 매뉴얼 어겨놓고 어떻게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행안부와 여당은 중대본이 일찍 가동될 필요가 없었으며, 행안부가 중수본을 맡는 경우 보통 중수본이 아닌 중대본만을 구성한다고 반박했다. 이상민 장관은, 이태원 참사가 짧은 시간 동안 재난이 발생하고 상황이 종료되는 돌발성 재난이라며 이러한 재난에서는 재난안전법에 따라 긴급구조통제단의 지휘 아래에서 모든 협조를 하도록 되어 있다고 증언했다. 긴급 상황에는 소방에 권한을 부여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기에 중대본이 끼어들 의무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희생자들 마지막 행적도 못 밝혀



혼란에 대한 책임은 긴급구조통제단의 요청에 신속히 응답하지 않은 실무 기관들로 향했다. 1월6일 2차 청문회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참사에서 만약에 긴급구조통제단장이 요청을 했는데 출동시키지 않았다, 응하지 않았다, 그런 사례가 있으면 이건 업무상과실치사, 직무유기로 엄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야가 책임 공방을 이어가는 사이 대안 탐색은 희미해졌다. 참사 직후 벌어진 혼란에 대한 행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되지 않자 유사한 사태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논의하기 어려웠다. 1월6일 2차 청문회 말미에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아래에서 경찰 병력 더 보내달라고 얘기했는데 경찰의 수장이 ‘난 상황 몰라서 지시 못했다’ 이런 상황이 또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또 비슷한 사건이 생겨도 ‘몰랐다’는 얘기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유족을 어떻게 지원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유가족협의회가 결성된 이후 유족들은 어째서 정부가 유족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지 물었다. 몇몇 유족들은 자신의 연락처를 다른 유족에게 공유해달라고 부탁했음에도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조사에서 행안부의 유가족 명단 보유 여부가 쟁점이 되면서 정작 그 명단을 활용해 무엇을 했어야 하는지는 잊혔다.

유가족이 그동안 절실히 요구한 희생자들의 마지막 행적 또한 국정조사에서 밝히지 못했다. 국조특위 위원들의 질의에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소방이 보유한 기록이 제한돼 사고 당일 구급 일지를 열람해도 사망 경위 등 구체적 사항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1월12일 2차 공청회에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국정조사를 시작하기 전 우리 유가족들은 최소한 희생자들이 언제, 어떻게 사망했고 국가로부터 어떠한 조치를 받았는지 밝혀달라고 했다. 제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국정조사 마지막 공개 일정에 증인으로 나선 유족들은 다시금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렇게 미흡한 진상조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 국정조사 이후에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닫습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
댓글 미제공

시사IN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