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
억수씨 글·그림
거북이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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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이 소크라테스에게 물었다. “사랑은 무엇입니까?” 질문을 받은 소크라테스는 말없이 플라톤을 보리밭으로 데리고 갔다. “저기 보리밭 끝까지 걸어가며, 가장 큰 보리 이삭을 뽑아보거라.” 보리밭을 걸어가며 플라톤은 수없이 망설였다. ‘더 큰 보리 이삭이 앞에 있지 않을까’와 ‘아까 그 이삭을 뽑았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가 수없이 교차했다. 플라톤이 보리밭 끝까지 걸어갔을 때, 그는 여전히 빈손이었다.
출처가 불분명하기에 이야기는 다양하게 변주된다. ‘사랑’의 자리에 ‘성공’ 등이 들어가기도 한다. 변주가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을 목표하든 인간이 비슷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삶에서 우리는 언제나 망설인다. 그리고 후회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에게는 그 무엇도 주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행동하는 이에게 후회는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다.
〈Ho!〉는 주인공 원이가 겪어온 후회의 기록이다. 대학 입학부터 결혼까지 이르는 인생 역정에서 원이는 언제나 후회한다. 때로는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한 행동이 후일 후회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원이가 그렇게 수없이 후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행동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이를 행동하게끔 하는 말 한마디가 있다.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한 아저씨가 써주신, 삐뚤빼뚤하고 맞춤법도 맞지 않는 문장이다.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시개.”
〈Ho!〉는 성장 스토리이지만, 성공 스토리는 아니다. 책장 마지막에 다다를 때까지 원이는 계속 후회한다. 그럼에도 주인공 원이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한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원이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이를 악물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