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추천 책] 살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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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20. 오전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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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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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아흐메트 알탄 지음, 고영범 옮김, 알마 펴냄
<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아흐메트 알탄 지음고영범 옮김알마 펴냄


억울한 누명을 쓰고 경찰차에 실려 이송되는 상황, 당신은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다시는 보지 못할 길거리와 행인들, 꽃을 보며 당신은 상념에 잠긴다. 그때 옆자리에 앉은 경찰이 담배를 피워 물더니, 한 대 권한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담배에 의지해볼 만하지 않은가. 그러나 저자인 아흐메트 알탄은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말이죠. 불안할 때만 담배를 피웁니다.”

아흐메트 알탄은 터키의 언론인이자 작가다. 그는 국가 전복 음모를 꾸몄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2016년 7월15일 발생해 미수로 그친 쿠데타 전날, 동생인 메호메트와 텔레비전에 출연해 ‘은근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명목이다. 2018년 2월, 그는 결국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는 암울한 상황 속 아흐메트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써내려간 분투의 기록이다. 담배를 거절한 것은 분투의 첫 장면이었다. 햇빛조차 들지 않는 지하 유치장에서 그는 “여기서 꺼내줘”라고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거울이 없는 곳에서 자신의 존재가 희미해져가는 것을 느낀다.

그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바로 글쓰기다.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후 그는 “나는 쓸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견뎌내기 위해, 싸우기 위해,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실패들을 용서하기 위해”라고 적었다.

작가로, 언론인으로 살아온 그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또다시 ‘쓰는 일’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썼기에, ‘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라는 각오로 써내려간 그의 옥중 수기는 더욱 처절하고 아름답다(종신형 선고에 대해 국제적인 비판이 이어지자, 터키 정부는 그를 2021년 4월14일에 석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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