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더선에 따르면, 롭 호튼은 4년 전 식사 때마다 무언가 목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고 식사 후에는 배에 가벼운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별 일 아니라 했고, 젊고 건강한 그에게 큰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당시 롭의 나이는 47세였다.
이후 약 8개월 동안 여러 번 의사를 만났지만, 모두 마치 그가 증상을 꾸며내는 것처럼 생각했고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위산 역류라는 첫 번째 진단을 그대로 내릴 뿐이었다. 2019년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단단한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하고 체중도 10kg 넘게 빠졌지만 의사의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2020년 2월 롭은 집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아내인 마리아는 "그 무렵에는 물조차 마시지 못했다"며 "커피가루처럼 보이는 것을 토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마른 피였다"고 말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된 롭은 식도선암 진단을 받았다. 이미 4A기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2020년 3월에 롭은 곧바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항암치료로 작아진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식도의 3분의 2와 위의 3분의 1을 잘라냈지만, 롭은 수술 후 회복되어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2021년 두 개의 림프절에서 암이 재발했고,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롭은 이를 받아들이고 평소 꿈꿔왔던 곳을 방문하는 등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데 집중했다.
2024년 초 건강히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 롭은 3월 6일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자신의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마리아는 "그는 우리와 함께 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완벽한 죽음을 맞이했다"면서도 "하지만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구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슬퍼했다. 이어 "식도암을 흔히 흡연이나 음주를 하는 노인들만 걸리는 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암은 몇 살인지나 얼마나 건강한지와는 상관이 없다"며 몸에 나타나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 것을 권했다.
고령층과 남성에게 더 흔히 발병하는 식도암…절주, 금연, 식습관 개선 도움
식도는 인두와 위를 연결하는 기관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때 음식물이 위장으로 넘어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식도암은 이 식도에 생긴 암을 말한다. 위치에 따라 경부 식도암, 흉부 식도암, 위-식도 연결부위암으로 구분하고 세포의 형태에 따라 편평세포암, 선암, 육종, 림프종, 흑색종 등으로 구분한다.
젊은 연령에 비해 노령층에서 식도암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 남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2023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보면, 2021년 식도암은 2954건이 발생했는데 연령대별로 보면 60대가 38.2%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29.1%, 50대가 16.6%의 순이었다. 남녀 성비는 7.7:1로 남자에게 더 많이 발생했다. 또한 편평상피세포암이 91.3%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선암이 2.4%를 차지했다.
음주, 흡연, 과체중 및 비만, 뜨거운 음료를 자주 마시는 습관이 식도암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식도암 예방을 위해서는 절주, 금연, 균형 잡힌 식습관 등으로 위험인자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위-식도 역류 질환, 바렛 식도(Barrett's esophagus), 식도이완불능증 등의 질환도 식도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식도는 음식이 지나가는 통로이다. 따라서 주로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통증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초기 식도암의 경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식도암이 점차 진행해 식도내강이 좁아지면서 연하 곤란 증상이 나타난다.
식도암의 치료 방법은 크게 수술, 방사선요법, 항암화학요법 등이 있다. 수술 받기에 접합한 경우에는 주로 외과적 절제술을 시행하며, 암이 진행된 경우에는 항암과 방사선치료를 시행한 후 수술을 한다. 외과적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전이가 있는 때에는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 등을 시행한다.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거나 여러 림프절로 전이된 경우 수술 후 1~2년 사이에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