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사는 시아버지 밥까지 차려?”...부부의 가사 분담,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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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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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남성도 가사 분담 필요
은퇴 남편들은 아내의 가사 부담을 덜어 주고 여유를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어머니가 일이 있어 외출하자 시아버지가 "왜 내 밥 안 차리냐"고 난리가 났다는 글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 왔다. 시어머니는 분가한 신혼 아들에게 "내가 반찬 다 해 놨으니까 와서 (아버지) 밥 좀 차려주고 가라"고 미리 전화했다는 것이다. 시댁에 가서 시아버지 식사 준비를 하는 문제를 놓고 신혼부부가 다투었다는 내용이다. 시아버지의 건강 상태와 나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혼자서 간단한 식사 준비는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 노인의 식사 준비, 어떻게 봐야 할까?

부부의 '밥 차리기'... 90세에도 여성이 전담?

남자는 직장 은퇴가 있지만 여자의 '밥 차리기'는 정년이 없는 것일까? 힘이 떨어져 가는 노년 여성에게 식사 준비는 상당한 스트레스다. 남편이 가사에 관심이 없다면 80세, 90세에도 홀로 부부의 식사 준비를 해야 한다. 남편이 제대로 된 삼시세끼를 고집하면 자유롭게 외출할 수도 없다. 노년이 되면 요리하는 것이 힘에 부친다. 노년 여성이 실버타운에 주목하는 것은 요리, 청소 등 가사에서 '해방'되기 때문일 것이다.

가사 분담했더니... WHO "훌륭한 신체활동" "장수에 도움"

노년 남성은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가사를 분담하는 게 좋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청소, 설거지 등 가사는 건강에 좋은 훌륭한 신체활동이라고 규정했다. 정식 운동 못지 않게 열량 소모가 많아 건강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면 식재료 배치, 요리 순서 외우기 등 두뇌 활동을 촉진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아내가 먼저 사망...남성은 건강 악화, 사망률 높다

배우자가 먼저 사망하면 남성은 건강이 악화돼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매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반면에 여성은 남편이 사망해도 수명에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더 길어진다.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는 65세~69세 남성이 아내와 사별하면 그 다음 해에 사망할 확률이 동년배 남성에 비해 70% 더 높다는 논문이 실렸다. 아내가 생존한 경우 이러한 위험율은 27%에 불과했다. 이 남성들의 사망위험은 여성에 비해 2.6배 높았다. 이는 덴마크 노인 92만5000명의 건강 데이터를 6년 동안 추적-조사한 결과다.

아내에게 너무 의존했던 남성들... 고립감, 영양 부족까지 덮친다

배우자 사망 후 건강이 크게 나빠진 남성은 아내에게 신체적-정신적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아내는 식사 준비는 물론 간병, 심리적 위안 등을 제공해 남편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아내가 사망하면 이런 이점이 모두 사라져 남편은 급격히 고립감, 우울감에 빠져들 수 있다. 특히 사교적이지 않고 요리 등 가사에 관심이 없었던 노년 남성은 영양 부족 문제까지 발생, 건강이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아내와 가사 분담... "미리 미리 생활력 키우세요"

아내와 사별한 남성들은 끼니를 제때 챙겨먹지 않아 노쇠해지고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평소 아내와 집안일을 나눠서 하고 요리도 직접 하는 등 '생활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은 노인복지관 등에서 '요리교실' '정리수납교실' 강의를 운영중인 곳이 적지 않다. 건강할 때 아내를 위해 요리를 직접 하고 힘이 많이 드는 집안 청소는 도맡아 해보자. 땀을 흘리고 나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올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아내의 환한 미소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노년 부부에게 가사 분담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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