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같은 폭염엔…‘더위 적응기간’도 공연한 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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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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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적응기간, 통상 약 2주…하지만 폭염엔 적용되지 않으니 신경 곤두세워야
올 여름엔 특히 푹푹 찌는 더위로 인한 온열병이 우려된다. 먹을 물을 몸에 끼얹어야 한 정도로 더운 날엔 낮시간대에 가급적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이 더위에 잘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더위와 폭염에 적응하는 기간은 각기 다르다.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사람들이 더위에 적응하는 데는 통상 약 2주가 걸린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며칠 더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약간 더운 기온인 27ºC에 적응하는 것과 폭염에 해당하는 35ºC에 적응하는 것은 사뭇 다를 수 있다. 올 여름처럼 갑자기 푹푹 찌는 폭염엔 '더위 적응기간'이 잘 먹히지 않는다. 또한 뇌의 직업 능률은 기온이 30℃가 되면 평소의 63%로 떨어지며, 40℃가 넘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보통 사람은 더위를 견디기 위해 놀라운 적응력을 발휘한다. 더위가 닥치면 몸이 땀을 배출하는 속도가 빨라져 열을 더 효과적으로 발산한다. 혈장의 부피가 팽창해 몸에 피가 더 많이 공급된다. 혈장은 핏속의 약간 노란색 액체로 혈액 부피의 약 55%를 차지한다. 여기엔 단백질, 포도당, 호르몬, 산소, 이산화탄소 등이 녹아 있다. 몸에 더 많은 혈액이 공급되면, 그만큼 심장은 일을 더 하지 않아도 된다.

더위에 적응하면 심혈관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몸이 더 이상 뜨거워지지 않는다. 염분을 더 잘 유지해 체내 수분을 일정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반 더위와 폭염에 대한 몸의 적응력은 각기 다르다. 더위에 좀 익숙해졌다고 해서, 폭염에도 준비가 잘 돼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잘못하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올해처럼 숨막히는 폭염이 일찍 시작되면, 온열병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 빨리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공사장이나 밭에서 일하는 사람 등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폭염과 건강 전문가인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 수잔 이어긴 부교수(운동과학, 운동훈련)가 폭염에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과 안전 요령을 설명했다. 그는 운동성 열질환, 체온 조절, 수분 공급 행동에 관해 20년 동안 연구했다.

이어긴 부교수는 높은 기온과 태양 복사열로 신체가 열을 많이 받는 시간대, 예컨대 오전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에는 가급적 운동을 피하는 게 좋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 시간대에는 땅, 아스팔트 길, 잔디에서 후끈한 열기를 느낄 수 있다. 높은 온도에 습도까지 높으면, 땀을 흘려 열을 내보내는 신체 능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찜통 더위에는 노인과 어린이 등 노약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심혈관계가 약해진 노인은 열 탈진이나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갈증이 잘 가시지 않아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어린이는 땀을 흘리는 것보다는, 피부를 통해 열을 뺏기기가 더 쉽다. 이 때문에 피부가 붉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른은 어린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 시원한 곳을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 축구 연습 등 운동 중에 꼭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나, 해변에서 쉼터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잘 깨닫지 못하는 어린이가 꽤 많다. 이 때문에 어른이 바짝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각종 운동과 작업, 야외활동 등은 가능하면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갈증이 나면 즉시 물을 마셔야 한다. 몸마름은 몸이 보내는 적신호다. 더위로 컨디션이 나빠질 땐 푹 쉬어야 한다. 열을 덜 흡수하는 밝은 색상의 옷, 반소매 셔츠와 반바지를 입으면 열이 쌓이거나 땀이 잘 증발되지 않는 걸 막을 수 있다. 열을 흡수하는 헬멧과 스포츠 장비도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다. 폭염 속에선 에어컨, 선풍기를 틀고 숙면을 취하면 온열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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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중앙일보 의학담당, 보건복지부 환경부 과기정통부 법무부 검찰 등 출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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