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는 0원인데…새 주인 맞은 한국맥도날드의 가격인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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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15. 오후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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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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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가 재무구조 악화에도 불구하고 매년 600억원 이상의 로열티를 본사에 부담하고 있다. /사진=맥도날드 홈페이지 갈무리
누적된 적자로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하다 지난해 '카말 알 마나 그룹'에 인수된 한국맥도날드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를 명목으로 최근 3년간 다섯 차례나 가격을 인상한 한국맥도날드가 올해 또다시 제품 값을 올릴 경우 비판여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맥도날드가 매년 600억원 이상의 로열티를 미국 본사에 지불하며 한국에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가격인상이 이 같은 비판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5일 한국맥도날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이후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2019년 440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인 후 △2020년 484억원 △2021년 278억원 △2022년 278억원 △2023년 203억원의 적자를 냈다. 2023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3586억원으로 자본금 701억원을 초과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수익성 악화로 경영권 매각도 순탄치 않았다.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부터 매일유업, 동원그룹 등에 매각을 시도하다 결렬됐다. 결국 지난해 9월 중동 지역에서 리테일, 글로벌 프랜차이즈, 식음료 사업을 운영하는 카말 알 마나 그룹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이 기업은 이미 카타르와 튀르키예에서 맥도날드를 운영하고 있다. 

새 주인을 찾은 맥도날드는 본격적인 재무건전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차입금 부담을 해소하고 경영권을 확보한 카말 알 마나 그룹의 신규 주주 지분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자본금을 701억7548만원에서 315억1449만원으로 줄이는 유상감자를 결정했다. 유상감자는 과도한 자본금을 축소해 회사의 재무구조를 재조정하고 줄어든 자본금을 주주에게 일정 비율로 지급해 정산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를 낸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주주 변경 과정에 따른 정산과 관련된 내용으로 2024년 9월 유상증자 이후 12월 유상감자를 진행했다"며  "감자와는 별도로 2024년 좋은 성과로 인해 전체 자본금 규모는 2023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격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맥도날드는 정부의 가격인상 억제 압박에도 꿋꿋이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2022년과 2023년 각가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으며, 지난해 11월에도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3.7% 올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인이 바뀌었으니 수익성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장 수익성 개선 효과를 가시화하려면 가격인상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는 것이 (한국맥도날드의) 딜레마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한국맥도날드가 올해 가격을 또다시 인상할 경우 비판 여론에 더욱 불을 지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한국맥도날드는 로열티 지불을 명목으로 법인세를 회피한다는 지탄을 받았다. 현행 법인세법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에는 한국에서 올린 소득(순이익)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 맥도날드의 소득에서 로열티를 차감하면 과세표준이 작아져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한국맥도날드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에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반면 맥도날드의 매출은 2023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뒤 1조1181억원을 기록해 직전년도(9946억원) 대비 12.42%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22년 621억원이었던 로열티는 2023년 685억원으로 10.31% 늘어났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한국맥도날드가 한국에 법인세를 내지 않는 혜택을 보면서도 가격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경영윤리상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기업의 이익이나 경영활동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더라도 올해 또다시 가격을 올린다면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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