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이냐 신사업이냐" 한화 삼남 김동선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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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19. 오후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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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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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부문 실적이 악화하면서 본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갤러리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점차 본업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식음료(F&B) 위주의 신사업과 부진에 빠진 백화점 부문에 대한 온도 차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조직을 개편해 직함도 기존 전략본부장에서 미래비전총괄로 바꿔 달았다. 백화점 사업은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지만, 승계를 앞둔 후계자로서 본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화갤러리아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의 56억원과 비교해 48.2% 감소한 액수다. 2분기만 놓고 보면 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의 39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백화점 부문이 실적악화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식음료 자회사와 타임월드점을 제외한 별도기준으로 보면 한화갤러리아는 2분기에만 5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5억원에 그쳤다.

백화점사업부의 경쟁력 약화는 또 다른 지표로도 드러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백화점 경상판매액 기준 한화갤러리아의 점유율은 지난 2021년 8.1%에서 2022년 7.8%로 소폭 하락한 뒤 지난해 말 6.8%로 1%p나 급락했다. 이어 올 6월 말에는 6.5%까지 낮아졌다.

갤러리아의 상징인 서울 압구정 명품관마저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 지점은 2022년 매출 1조226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주요 백화점 70개 점포 중 8위에 올랐으나, 지난해에는 7.0% 감소한 1조1406억원에 그치며 11위로 밀려났다. 올 상반기에는 5772억으로 한 단계 더 떨어진 12위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한화갤러리아 경영 전면에 나선 김 부사장이 신사업에 몰두하는 사이에 벌어진 현상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인적분할한 직후인 5월 자회사 에프지코리아(햄버거)와 비노갤러리아(와인)를 설립하고, 파이브가이즈 등 식음료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김 부사장은 향후 5년간 파이브가이즈를 현재 4개점에서 15개점까지 확장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반기에도 신규 출점에 1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올 6월에는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요식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화비앤비(지분 100%, 수익증권 지분 20%)를 56억원에 사들이며 시너지를 예고했다. 한화비앤비는 2013년 한화갤러리아가 식음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법인이다. 

문제는 회사 전체 매출의 92%를 차지하는 백화점부문의 경쟁력이 약화한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신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화갤러리아는 현금창출력이 줄었지만 차입 부담은 늘었다. 이 회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6월 말 612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450억원에서 올 6월 말 85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사이 오는 2026년을 만기로 300억원 규모의 사채까지 발행했다. 차입금, 미지급 비용, 매입채무 등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비파생상품부채 규모만 4645억원 수준으로 2023년 한해(3~12월) 영업으로 벌어들인 1253억원을 크게 웃돈다.  

 
부진한 본업과 거리 두는 오너 
한화갤러리아의 부진이 깊어지는 가운데 김 부사장은 백화점과 식음료사업을 분리하려는 행보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백화점사업은 전문경영인인 김영훈 대표가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 초 김 부사장이 기존 전략본부장에서 미래비전총괄이라는 직함을 새로 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이달 1일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비전총괄이라는 직함을 가졌다"며 "한화갤러리아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화점사업은 기존 경영진인 김 대표가 책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부사장의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너 3세로서 사실상 경영 시험대에 오른 만큼 대외적으로 유능함을 강조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탄탄한 본업의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결국 에프지코리아와 비노갤러리아 모두 한화갤러리아 자회사로서 유기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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