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양형기준 없는 보험사기, 모두가 피해자" 

입력
수정2024.07.24. 오후 5:51
기사원문
박준한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보험사기 양형기준의 필요성' 세미나에서 하태헌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준한 기자
끊이지 않는 보험사기. 문제의 핵심은 범죄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무엇보다 믿었던 발등에 발등 찍히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험설계·손해사정사 등 고객을 보호해야 할 아군이 사기꾼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부산경찰청과 공조해 적발한 10억원 규모의 실손보험금 편취 사기에 유력 한방병원이 관여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보험사기에 의료인, 자동차정비업자, 보험전문 직종 또는 동종 업계 관계자가 가담하는 도덕적 해이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반사기죄에 비해 보험사기죄는 실형선고 비율이 낮아 적발액 및 가담인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최종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기=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2조제1호에는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해 보험자를 기만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1164원, 적발인원은 10만9522명으로 집계됐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김영대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대표변호사는 24일 보험연구원이 서울 여의도에서 주최한 '보험사기 양형기준의 필요성' 세미나 축사에서 보험사기 적발액 1조원 시대를 맞아 피해 감소를 위해 별도의 양형기준 유형을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다. 현행 사기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형법상 사기죄에만 해당되며 보험사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현행 양형기준을 보면 일반사기와 조직적 사기 유형만 있을 뿐 특별법상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설정된 것이 없다"며 "아주 명백해 보이는 사건이라 기소했음에도 실제로는 무죄가 나올 수 있어 검사가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방지하려면 보험사와 경찰, 검찰, 법원까지 체계적으로 보험사기에 접근하기 위한 단계별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를 맡은 하태헌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보험사기에 현재 유형분류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사기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범죄 중 가장 많은 6209건을 기록한 점과 2022년에만 집행유예 비율이 29.8%, 벌금형이 38.9%에 이를 정도로 보험사기의 처벌 수위가 일반사기 대비 낮은 점을 들며 별도의 양형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보험계약 체결 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는 부작위에 따른 간접적인 고의라고 볼 여지도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보험체결 단계부터 이미 보험사기 실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기에 일반사기의 부작위와 다르다"며 "고지의무 미이행은 가중요소 규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현행 사기범죄 양형기준 중 감경요소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보험사기 범행 관련 고의로 사고를 발생하게 하거나 허위로 사고를 가장한 경우 △보험사기 범행과 관련해 보험가입 시부터 사기 목적으로 다수 보험에 가입한 경우 △전문직종이나 보험 업계 관계자가 보험사기에 가담한 경우 등을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로 분류해 처벌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패널 토론에서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 발언이 나왔다.

김경렬 케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일명 이은해 사건으로 불리는 가평계곡 살인사건을 예로 들며 "보험사기 강력범죄의 특성을 보면 보험사기 전과가 있는 이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작게 시작해 금전을 취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독처럼 더 큰돈을 벌기 위해 상해나 살해 등 강력범죄를 유발해 보험금을 타가려 하기 때문"이라며 "성범죄처럼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은 보험사기를 억제하기 위해 양형기준에서 기본유형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경 생명보험협회 보험계약관리본부장은 A생명보험사가 확보한 보험사기 형사재판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낮은 형량이 대부분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유죄판결에서 평균 4건 중 3건은 벌금형 이하의 가벼운 형량이 부과됐으며 무죄건의 대부분은 검찰 불기소건"이라며 "진단은 의사의 전문 영역이라 입증하기 어려워 재판 과정에서 의학적인 다툼이 발생할 경우 대법원에서 무죄가 판결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별도의 양형기준 없이 법관의 재량으로 판결하므로 비슷한 규모의 금액을 편취했더라도 징역과 벌금 형량 선고가 일률적이지 않다"며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법원의 형량 선고 시 원칙적이고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한다면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고 보험사기 범죄를 근절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백영화 보험연구원 보험법연구실장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려면 보험사기 양형기준 설정에서 단지 사기범죄 양형기준 적용 대상에 보험사기를 추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양형인자 등을 통해 보험사기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 프로필

TALK

응원의 한마디! 힘이 됩니다!

응원
구독자 0
응원수 0

블로터 금융팀 박준한 기자입니다. 남들과 다른 관점으로 글을 풀어내겠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