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터질게 터졌다.." 구영배 큐텐 대표의 나스닥 상장 욕심이 부른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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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6. 오후 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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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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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 제공 = 큐텐
 

수년째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이커머스 업체 위메프와 티몬이 이달 연달아 정산지연 사태를 빚으면서 이들을 지배하는 큐텐으로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그룹 차원의 재무지원으로 계열사 간 채권·채무 관계가 얽혀 있어 위메프에서 시작된 유동성 붕괴가 연쇄 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큐텐이 한국 무대에서 크게 휘청이면서 기존 판매자와 소비자는 물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물류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터질 게 터졌다
24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와 티몬에 입점한 셀러(판매자)들이 대거 발을 빼고 있다. 이달 초 위메프에서 시작돼 지난 23일 티몬으로 번진 정산지연 사태로 가만히 있다가는 판매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 여행 업체부터 롯데백화점과 TV·데이터홈쇼핑, 네이버페이·구글·SSG페이 등 상품권 제휴사까지 판매를 중단했다. 특히 여행 부문에서만 미수대금이 1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큐텐이 지난 2년간 이커머스 업체를 잇달아 사들이며 몸집을 불리면서도 정작 내실 다지기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물류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2022년 티몬(9월), 지난해 인터파크커머스(3월)와 위메프(4월), 올해 글로벌 플랫폼 위시(2월)와 AK몰(3월) 등을 인수했다.  

문제는 이들 업체 대부분의 재무체력이 악해진 상태였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미 2017년부터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티몬은 2022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만 1조2644억원, 이에 따른 자본총계는 -63886억원에 달했다. 위메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2398억원으로 감사보고서가 제출된 2019년 이후 자본잠식 상태였다.  

 
계열사 간 지원에 도미노 붕괴 우려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전경 /사진 제공=위메프
 

큐텐그룹은 큐텐→티몬글로벌→티몬→위메프로 이어지는 자금수혈 구조를 이뤘다. 티몬글로벌은 지난해 2월 싱가포르 기반의 큐텐 본사와 큐텐코리아 유한책임회사에 각각 보통주 7만주와 2만주를 주당 50만원에 발행해 450억원을 조달했다. 동시에 같은 달 티몬이 발행한 제4회 사모전환사채를 350억원에 인수하며 자금을 지원했다. 티몬은 다시 위메프에 돈을 빌려줬다. 지난해에만 위메프는 티몬으로부터 250억원의 채무(200억원 상환)를 졌고 연말 기준 122억원을 빚진 상태다.  

위메프가 무너지자 곧바로 티몬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애당초 재무구조가 부실한 업체들 위주로 편입한 큐텐 역시 이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큐텐의 현금 부담이 큰 상황이라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지분교환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해 현금 투입을 최소화했지만, 올해 진행된 위시와 AK몰 인수에는 2300억원 이상을 썼다.  

티몬과 위메프는 고객이 결제하면 대금을 보관했다가 판매자별 정산일자에 맞춰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금 보유기간은 최대 60일이다. 이 기간 큐텐이 판매대금으로 인수대금을 충당한 것이 결국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큐텐 그룹 산하 파트너사는 6만개에 달한다. 이대로 셀러 이탈이 가속화된다면 거래대금은 더 줄어들고 정산은 더 늦어지는 만큼, 최악의 경우 이들 플랫폼의 파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결책 제시했지만... 상장 리스크 현실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판매자 몫으로 돌아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23일 티몬·위메프는 자구책을 발표했다. 제3의 금융기관에 대금을 보관하고, 고객 구매확정 이후 판매자들에게 지급하는 형태의 정산 시스템을 8월 중 도입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재로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잇따른다.  

이를 실현하려면 현금을 미리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한다는 전제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자금난'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오히려 현금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은 물론 투자나 채무 상환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사실 티몬은 이미 이와 유사한 우리은행의 채무지급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발발한 뒤 환불지연 등 소비자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시스템의 신뢰성에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큐텐은 이커머스 1세대인 지마켓을 창업한 구 대표가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기업이다. 구 대표는 2009년 이베이에 지마켓을 매각하며 '한국에서 10년간 겸업금지'를 약속했다. 최근 2년간 구 대표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 것도 해당 계약기간이 지난 뒤다. 이는 큐텐의 물류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서였다. 한 관계자는 "규모를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 진행된 5번의 무리한 인수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메랑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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