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공백]카카오, 우려 속 '정신아 체제'로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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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3. 오후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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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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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그의 공백이 카카오 공동체의 주요 계열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이 지난 2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피의자 구속 전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다. /사진=윤상은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이 23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되며 카카오가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맞았다. 지분 약 24%를 가진 대주주 김 의장의 부재로 대형 투자, 인수합병(M&A) 등 주요 의사결정이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 해외 사업 확대 등에서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김 의장의 공백을 최소화하며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카카오 공동체의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는 정 대표도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정 대표가 공동의장으로서 공동체 전체의 경영에 관여하고 있어 김 의장의 구속이 협의체 운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 의장이 CA협의체 의장과 함께 맡았던 경영쇄신위원장 역할을 누가 할지는 미정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정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쇄신 작업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경영쇄신위원회에는 김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공동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는 카카오가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공동체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 2023년 10월 출범한 '준법과신뢰위원회'는 외부 기구로 카카오 공동체의 준법경영 실태를 점검한다. 카카오 계열사들은 준신위의 권고로 △책임경영 △윤리적 리더십 △사회적 신뢰 회복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도출해 실행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총수의 사법 리스크가 발생하면 전문경영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지배구조 전문가인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효율적인 기업 운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일상적인 경영을 맡은 전문경영인의 책임이 더 막중해진다"며 "이와 함께 경영쇄신에 매진해 가야 할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체 LLM '코GPT 2.0' 운명은
김 의장의 공백으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AI다. 카카오는 올해 주요 사업으로 AI를 강조했다.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의 AI 기술·서비스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카카오만의 AI서비스를 공개할 계획이었다. 3월 공식 취임한 정 대표의 첫 행보도 AI 조직 정비였다. 정 대표는 AI개발 전문 계열사 카카오브레인을 흡수합병한 뒤 AI 전문조직 '카나나'를 신설했다. 그룹에 흩어져 있던 AI조직을 본사로 모아 의사결정의 효율을 높이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김 의장의 부재로 카카오는 AI사업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 M&A 등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AI 서비스 개발·운영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보통 기업은 영업활동으로 얻은 수익과 주식·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특히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 채권 발행 등은 기업의 신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심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카카오처럼 오너가 있는 기업은 오너의 결단이 주요 의사결정과 직결된다.

카카오는 대규모언어모델(LLM)과 AI서비스 개발, 데이터센터 등 관련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올해 4월 2930억원 규모의 외화표시 교환사채(EB)를 발행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이 중 1000억원을 오는 2025년까지 AI 관련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서버 구매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설립·운영 등 AI 인프라 투자에 사용한다. 카카오가 강조하는 '일상 속 AI'를 구현하려면 수많은 데이터를 전송·처리하는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나머지 조달자금의 용도로 합작법인(JV)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카카오가 AI 경쟁력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은 투자다. 카카오의 투자전담 자회사 카카오벤처스는 AI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왔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벤처스가 시드 투자를 단행한 썸테크놀로지, 런베어, 와들 등 AI 자동화 솔루션 기업은 북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외에 카카오벤처스는 2017년 설립 이후부터 생성형AI 챗봇, AI반도체, AI헬스케어 등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공개할 예정이었던 자체 개발 LLM '코(KO) GPT2.0'을 내놓지 못했다. AI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자체 개발 LLM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자체 LLM은 기업이 AI서비스를 보다 유용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카카오가 주춤하는 사이 AI 시장을 선점한 국내외 기업들은 LLM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GPT'를 만든 오픈AI의 대주주다. 구글은 '제미나이'로 챗GPT에 대적하고 있다. 네이버는 한국어 특화 LLM '하이퍼 클로바 X'를 개발하고 AI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위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사진=윤상은 기자
 
매년 성장한 '실적 영향' 관심
김 의장 공백이 카카오 실적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카카오의 주요 매출원은 광고·커머스다. 회사는 이용자 맞춤 광고 노출, 이용자의 성향에 맞는 상품 추천 등 AI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실적 연결 대상인 주요 계열사들도 AI를 서비스 기반으로 활용했다. 일례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배차 알고리즘 개발을 지속했다. 호출 승객에게 최대한 빨리 택시를 보내주는 알고리즘 경쟁력이 이용자 확보에 도움이 됐다. 국내외 웹툰·웹소설 시장을 선점한 픽코마는 AI를 활용한 콘텐츠 추천으로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AI 경쟁력이 카카오그룹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련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 

 
/그래픽= 윤상은 기자
카카오의 연결기준 매출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영업이익률은 감소세다. 버는 돈보다 써야 할 돈이 더 빠르게 많아진 셈이다. 2023년 매출은 8조1058억원이다. 2020년의 4조1568억원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와 달리 영업이익률은 2020년 11%에서 2023년 6.2%로 줄어들었다. 생산성이 저하된 상태에서 카카오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기업의 성장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주가도 힘을 쓰지 못했다. 카카오 주가는 김 의장이 구속된 23일 종가기준 3만8850원으로 전날 대비 5.36%(2200원) 하락했다. 

카카오의 위기에도 카카오톡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 카카오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약 15% 증가한 1200억원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카카오톡의 주요 매출원인 톡비즈의 실적이 좋아진 영향이다. 카카오는 오는 8월8일 2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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