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업계 톱3 섰지만... '편법'과 '꼼수' 꼬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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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9. 오후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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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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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 /사진 제공 = 사조그룹
 

오너 3세 체제의 닻을 올린 사조그룹이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이 지주사 격인 사조시스템즈 지분 과반을 확보하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선 데 이어 대형 인수합병(M&A) 2건을 잇달아 성사시키면서다. 올해 기대 매출만 6조원에 달해 식품 업계의 거물로 우뚝 섰다. 하지만 과거 승계 과정에서 드러난 주 부회장의 지분 편법상속 의혹을 비롯해 소액주주와 담을 쌓은 그룹의 보수적인 경영기조는 향후 주가 부양 및 경영 투명성 측면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 부회장이 보유한 사조시스템즈 지분은 지난 2022년 말 39.7%에서 지난해 말에는 50.01%로 확대됐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그룹 최상단에 위치한 비상장사로 주 부회장이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늘린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주 부회장은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그룹의 모태인 사조산업과 핵심 계열사인 사조대림 등에 대한 지배력을 굳혔다.  

이와 동시에 주 부회장은 외형 불리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11월 미국계 전분당 업체 사조CPK(옛 인그리디언코리아) 지분 100%를 3840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에는 식자재유통 기업 푸디스트 지분 전량(99.86%)을 국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로부터 252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두 기업은 각각 4244억원과 1조29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계열 편입 이후 사조그룹의 연결매출은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CJ그룹과 동원그룹에 이은 식품 업계 3위 규모다. 여기에 캐시카우로 거듭난 사조대림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달 출시한 냉동김밥의 해외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올해 초 3만850원이던 주가가 이달 9일 9만9500원까지 상승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상승률은 222.5%를 넘나들었다.  

사조그룹이 종합식품 밸류체인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시장에서는 일제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은 공격적인 M&A에 따른 외형 확장에 더해 주 부회장이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주목받고 있다"며 "원재료부터 유통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기초체력 역시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편법과 꼼수 꼬리표는 어쩌나... 주주들 '눈살' 
사조그룹이 과거 승계 과정에서의 편법상속 및 꼼수 지분 쪼개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제공=사조그룹 
사조그룹의 몸집은 업계를 선도할 만큼 커졌지만 지배구조 건전성은 이에 부합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부회장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편법' 승계 논란이 대표적이다.  

2015년 주 부회장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생 고 이제홍 이사가 보유했던 사조시스템즈 지분 53.3%를 상속받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상속세 30억원을 현금 대신 사조시스템즈 지분으로 물납했다. 하지만 주식 경매는 다섯 차례 유찰됐다. 비상장사인 데다 가치상승 동력이 없다시피했기 때문이다. 이 주식은 2년 후 여섯 번째 입찰에서 사조시스템즈가 27억원에 자사주로 되사들였다. 결국 주 부회장은 자금 한 푼 들이지 않고 상속세를 해결한 동시에 경영권도 확보했다.  

당시 사조시스템즈 주식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이를 교묘히 이용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러한 편법승계 의혹을 뒤로하고 사조시스템즈는 주축 계열사 사조산업의 지분을 꾸준히 매집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 부회장→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오양 등으로 이어지는 큰 줄기의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여기에 소액주주를 견제하는 사조그룹의 경영기조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감사위원 선임에 적용되는 3%룰을 피하기 위한 행보가 그룹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3%룰은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실제로 사조그룹은 계열사를 동원해 3% 안팎의 지분만 확보해놓는 '지분 쪼개기'가 활발하다. 이는 소액주주 측과의 표대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일종의 '방어벽'이자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조치는 2022년 그룹이 소액주주들로부터 일격을 당한 뒤 더욱 활발해졌다. 2022년 3월 개최된 사조오양 주주총회에서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및 소액주주가 추천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출된 바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주요 계열사의 지분현황을 2021년 말과 비교하면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사조산업의 경우 기존 사조랜더텍(3.01)과 사조오양(3.98)에 더해 삼아벤처(3.0), 사조농산(2.99)이 주주명부에 추가됐다. 사조대림에서는 주 부회장(2.55)을 비롯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1.52), 사조랜더텍(1.7)이 새로 이름을 올렸으며 기존 캐슬렉스제주의 지분율은 2.02%에서 2.57%로, 사조비앤엠은 0.53%에서 1.26%로 각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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