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리밸런싱]체코 원전 낙점, 두산에너빌리티 밸류업 퍼즐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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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8. 오후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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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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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5월 체코 플젠시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원전의 핵심 주기기인 증기터빈 생산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두산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포함된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이번 체코 원전 수주로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체코 정부는 지난 17일 오후8시50분께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팀코리아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팀코리아는 한국수력원자력(주계약), 한전기술(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정비) 등으로 구성됐다.

체코 원전사업은 두코바니와 테믈린 부지에 대형원전 4기를 건설하는 것으로,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예상 사업비는 1기당 약 2000억코루나(약 12조원)다. 현재 두코바니 5‧6호기는 확정됐으며 테믈린 3‧4호기는 체코 정부와 발주사가 추후 결정할 계획이다. 계약금액은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 제공=한수원
 
두산밥캣 떼어낸 두산에너빌리티, 믿는 구석 있었다 
두산그룹은 이달 11일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분 46.06%(4617만6250주)를 보유한 두산밥캣의 투자사업법인을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시킨다고 밝혔다. 흡수인적분할 이후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 지분을 공개매수해 상장폐지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것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단기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며, 이는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두산밥캣은 그간 두산에너빌리티의 효자 노릇을 해왔다. 지난해 두산에너빌리티의 연결기준 매출 17조5899억원 중 두산밥캣의 매출은 9조7585억원으로 55.48%를 차지했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로 편입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외형 축소는 물론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팀코리아가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두산에너빌리티도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에 핵심 주기기와 주설비를 공급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는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계약이 체결되기 전이라 구체적인 수주금액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익에 대해 알 수 없다. 체코 정부는 1200MW(메가와트)급 이하 용량의 원전 공고를 냈으며, 팀코리아는 체코의 환경을 고려해 1000MW급 노형을 제안했다. 한국형 원전은 1400MW급이라 단순 가격비교가 어렵다. 또 국가마다 필요한 모델이나 상황이 달라 구체적인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매출 규모를 추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최종 계약 시 8조원 이상의 공사비를 따낼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는 내년 3월 계약을 마무리하고 오는 2029년 공사를 시작해 20236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단순계산으로 연평균 약 8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체코 원전의 최종 계약까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팀코리아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 전에는 주기기 제작비나 시공비 규모가 결정된 게 없다. 내년 3월 최종 계약 시점까지 체코 발주처와 한수원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주총서 분할합병 의결…통과 가능성 클 듯
두산에너빌리티는 9월2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이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분할합병 계약 체결 승인의 건이 의결될 계획이다. 9월25일부터 10월15일까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이며 분할합병기일은10월29일, 신주상장 예정일은 11월25일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매수청구가 2만890원에 매수대금 6000억원을 제시했다. 매수청구권 규모가 6000억원을 상회할 경우 분할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6000억원에 해당하는 지분율은 4.48%(2872만1876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이 30.67%다. 1분기 말 기준 소액주주 비율은 63.4%로 이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17일 2만1250원, 원전 발표 이후 18일에도 상승 추세를 보이며 매수청구가를 웃돌아 이 흐름을 유지한다면 주총에서 큰 문제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는 두산밥캣 주주들의 반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밥캣의 주식매수청구가는 5만459원에 1조5000억원의 매수대금을 제시했다. 두산밥캣의 전일 종가는 4만8700원으로 매수청구가보다 3.5%가량 낮다. 다만 두산밥캣이 제시한 매수대금 1조5000억원에 해당하는 지분율이 29.6%(2972만7105주)로 적지 않아 초과 청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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