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친 리밸런싱에 돌입한 가운데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을 합병키로 했다. SK온의 배터리 사업 부분에 원유·석유 트레이딩(중계무역) 회사와 유류화물 저장·관리 회사를 붙여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사업과는 무관한 이종(異種) 산업의 결합을 불사하면서까지 3사 합병을 추진하는 건 결국 경영난에 허덕이는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3사 합병은 SK온의 근본적인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개선하자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SK온과 결합될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은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로 안정적인 현금창출능력을 갖췄다.
원유 수입과 석유제품 수출을 담당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안정적인 이익잉여금을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에 8000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받은 전체 배당금(1조1886억원)의 67%를 책임진 것이다. 연간 매출은 48조9630억원, 영업이익은 574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 사업부가 인적분할해 출범한 SK엔텀 역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열사로 평가받는다. SK엔텀은 사업용 탱크터미널을 기반으로 유류화물의 저장과 입·출하를 관리하며 수익을 낸다. SK엔텀의 주력인 탱크터미널 사업은 국제유가나 정제마진 등 외부 요인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으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
3사 합병으로 SK온은 트레이딩과 탱크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5000억원 규모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기반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경우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원소재 트레이딩 분야로의 신규사업 진출도 가능하다. SK엔텀은 트레이딩 사업에 필요한 저장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된 SK온은 현재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그룹 차원에서 그동안 2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과 맞물리며 아직도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2020년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후 2022년 상장해 10조원 이상을 확보하며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가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SK온은 올 2분기에도 3000억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