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압박에…美증시서 반도체주 일제히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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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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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수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뉴욕증시에서 주요 반도체주가 급락하며 팬데믹 초기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사진 제공=ASML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보고했지만 뉴욕증시에서 주식예탁증서(ADR) 주가는 13% 하락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7% 가까이 떨어져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 넘게 감소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기업인 대만 TSMC의 ADR은 8% 내렸다. AMD와 ARM은 각각 약 10% 하락했다. 마이크론은 6%, 브로드컴은 8% 밀렸다.

이날 반도체 모임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7% 가까이 하락 마감해 2020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반도체주에서 5000억달러 이상의 시총이 증발했다. 

반면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제재 강화 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로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파운드리는 7% 가까이 상승했고 인텔은 0.35% 올랐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여러 공장을 건설 중인 인텔이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갈등 심화의 최대 수혜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반도체주를 끌어내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동맹국 반도체 기업들에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계속해서 허용하면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미국은 이들 국가들이 대중국 제재를 자발적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직접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나라에서 생산됐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 장비 기술 등을 하나라도 사용하면 수출 시 미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널리시스리서치의 밥 오도널 수석애널리스트는 "이번 소식에도 시장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요인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반응은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대중국 수출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다소 강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규제가 이미 한동안 시행돼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밀러타박앤코의 매트 말리 최고시장전략가는 "이번의 반도체 관련 소식은 거래 가능한 시장 조정 촉매제가 될 수 있는 매도세를 일으킬 수 있는 일종의 예상치 못한 사건"이라며 "광범위한 지수가 매우 과매수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엔비디아 등이 설계한 AI 프로세서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규제를 발표했고 그 여파로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 내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2~4월 엔비디아의 중국 내 매출은 전년 동기의 66%에서 크게 감소했다. 

이날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글로벌 반도체 제조 허브인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발언도 반도체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의 칩 사업을 전부 빼앗아갔다고 주장하며 대만이 자국 방어를 위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하는 일은 보험과 다르지 않은데 대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대중국 수출 통제 규제를 강화하고 인텔과 같이 미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외교정책위원회(AFPC)의 마이클 소볼릭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수출 규제를 이어나갈 뿐만 아니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는 첫 번째 행정부에서 외국 기업 반도체에 대한 화웨이의 접근을 제한하는 강력한 FDPR을 포함해 다수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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