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포커스] DB그룹, 순항하는 '김남호 체제'…남은 과제는 '지분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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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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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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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진화 기자
 

지난 2020년 취임한 김남호 DB그룹 회장 체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재계 순위가 전년보다 13계단 오른 35위를 기록하는 등 다방면으로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김 회장은 금융과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재편한 그룹의 안정화를 이끌면서 현재의 3개 사업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 온전히 지분을 승계하지 못한 점은 과제로 남았다. 부친이자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이 여전히 지분을 확보한 상태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열사 DB하이텍의 주식가치 변동에 따라 지주회사 전환 대상에 오르내리면서 지배구조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는 점도 고민거리다.

 
회장 취임 5년차, 3개 사업그룹 안정화
1975년생인 김 회장은 2020년 7월 선임된 뒤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당시 그룹 창업주인 김 전 회장은  물러난 상태였다. 김 회장은 총수 자리가 빈 상황에서 위기극복을 위해 전면에 나섰다. 그는 미국 웨스트민스턴대를 졸업하고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뒤 UC버클리대학교에서 파이낸스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경영컨설팅 회사 AT커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2009년에야 그룹에 입사했다.

김 회장은 동부제철과 동부팜한농 등 계열사를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2015년에는 동부금융연구소 금융전략실장으로 옮겨 금융 부문에서 본격적인 실무경험을 쌓았다. 이후 2017년 동부화재 상무,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착실하게 2세 경영 시대를 준비했다. DB그룹은 2010년대 들어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동부고속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김 회장은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동부팜한농과 대우전자 등의 매각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워크아웃에 돌입한 DB메탈의 유상증자를 주도하며 경영 정상화도 이뤄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21년 실질적 지주사인 DB아이앤씨(DB Inc)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에도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각종 경영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2022년 말 조직개편으로 보험과 금융, 제조서비스 등 3개 사업그룹 체제를 확립하고 이 과정에서 각 사업 그룹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도 새로 선임했다. 제조서비스 그룹에 재편한 비금융 제조업 부문에도 공을 들이며 역량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했다.

물론 김 회장 체제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행동주의펀드로 불리는 KCGI와 분쟁을 겪었다. KCGI는 지난해 DB하이텍 지분을 매집하고 2대주주로 올라선 후 주주가치 제고를 압박했다. 특히 DB하이텍을 상대로 가처분소송까지 제기해 반년 이상 다툼을 이어갔다. 하지만 KCGI가 지난해 말 소를 취하하고 지분을 DB Inc로 넘기면서 일단락됐다.
 
세대교체 마지막 퍼즐 '지배력 확보'
김 회장은 2020년부터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고 체제를 구축했다. 그는 일찌감치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며 점진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 1994년에 이미 한국자동차보험(현 DB손해보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했고, 2000년대 들어서도 부친에게 동부정밀화학과 동부CNI 등 다수 계열사의 지분을 물려받았다. 2003년에는 DB손해보험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DB그룹은 실질적 지주사인 DB Inc와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는 DB손해보험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구축돼 있다. 김 회장은 DB Inc 지분 16.83%, DB손해보험 9.01%를 각각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밖에 DB스탁인베스트(29.1%), DB인베스트(26.5%), DB메탈(24.34%) 등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의 지배력 강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부친인 김 전 회장의 존재감이 원인이다. 김 전 회장은 2022년 12월 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한 DB Inc 주식 864만4280주를 매입했다. 이에 지분율은 기존 11.61%에서 15.91%로 상승했다. 최대주주인 김 회장과의 격차는 0.92%p에 불과하다. 김 전 회장의 존재감은 DB그룹이 아직 완전한 김 회장 체제에 돌입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지주사 전환 이슈도 부담이다. 비금융 계열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 Inc는 그동안 DB하이텍 주가에 따라 지주사 전환 대상에 오르내렸다. DB하이텍 주가가 오르면 계열사 주식가액 합계액을 끌어올려 DB Inc 자산총액의 50%를 넘기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0%를 넘기면 지주사 전환을 통보한다. DB Inc는 이미 한 차례 DB하이텍의 주가 변동으로 지주사 전환 대상에 올랐다가 해제된 경험이 있다. 이번 전환 통보도 DB하이텍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해제될 수 있어 2년의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고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DB그룹 소유지분도 /자료 제공=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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