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이재현 회장의 K팝 숙원사업, CJ라이브시티 폐업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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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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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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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라이브시티가 시행을 맡은 경기 고양 'K-컬처밸리' 조성 사업협약이 해지됐다고 경기도가 지난 1일 밝혔다. K컬처밸리 아레나 조감도 /사진 제공 = CJ라이브시티
 

CJ ENM의 자회사 CJ라이브시티가 시행을 맡았던 경기 고양 'K-컬처밸리' 조성사업이 무산되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애초에 CJ라이브시티는 이 사업을 위해 설립된 법인인 만큼 존재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공사가 지연되면서 불어난 빚은 CJ라이브시티는 물론 모회사인 CJ ENM에도 큰 부담이다. 

다만 CJ라이브시티 사업이 그간 그룹 콘텐츠 사업의 확장이자 완성으로 여겨졌다는 점은 변수다. K콘텐츠의 성지로 거듭나겠다는 사업 취지가 이 회장이 꿈꾸는 문화보국의 상징성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법인을 청산한다면 그룹의 정체성에도 흠집이 난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CJ라이브시티의 존립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목적지 잃은 CJ라이브시티
9일 CJ라이브시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경기도가 사업협약 해제를 통보함에 따라 K-컬처밸리 복합개발 사업이 백지화됐다. 사업은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경기도 소유 부지 32만6400㎡에 세계 최대 규모의 K팝 공연장(아레나) 등을 짓는 것이 골자다.  

시행사인 CJ라이브시티(옛 케이밸리)로서는 목적지를 잃은 꼴이다. 지난 2015년 설립 이후 오롯이 K-컬처밸리 개발 및 운영을 사업 목적으로 삼아 달려왔기 때문이다. CJ라이브시티는 2015년 경기도가 공모한 K-컬처밸리 조성 공모 사업에 CJ그룹이 선정되면서 출범했다. CJ ENM이 지분 90%를 들고 있다.  

CJ그룹의 기대는 컸다. 이곳은 K팝을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단지를 표방했다. 그룹의 정체성을 총망라한 문화관광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개장 이후 약 10년간 30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와 20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예상한 그룹은 이를 위해 약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시작과 동시에 시련을 겪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인허가 지연으로 5년여가 지난 2021년 10월이 돼서야 착공됐다. 이마저도 원자재 가격 인상과 한국전력의 전력공급 유예 통보, 한류천 수질개선 공공사업 지연 등의 이슈가 겹치며 지난해 3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CJ라이브시티는 이미 7000억원을 투입한 상태였지만 공정률은 전체의 3%에 불과했다.  

CJ라이브시티는 어려운 대외여건에도 사업 추진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10월에는 특단의 조치로 국토교통부 민관합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정위원회에 사업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안에는 완공 기한 연장 및 지체상금 면제,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국토부는 완공 기한 재설정 및 지체상금 감면 등을 권고했으나 경기도는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CJ라이브시티 사업이 좌초되면서 그룹 내부적으로 CJ라이브시티의 폐업이나 청산 등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회사 존속 여부 등을 놓고 여러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K-컬처밸리 조성을 위해 설립된 회사인 만큼 아직 다른 문화사업은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빚더미 계열사, 폐업 수순 가능성 높아
CJ라이브시티의 사업성이 사라진 만큼 폐업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룹의 정체성이 담긴 숙원사업이지만 CJ라이브시티 자체의 재무부담이 CJ ENM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계열사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차원이다. 

공사가 지연된 지난 8년 동안 별도의 수익창출원이 없었던 CJ라이브시티의 재무건전성은 악화한 상태다. CJ라이브시티는 차입과 상환을 반복하며 단기적으로 채무부담을 해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총차입금은 5999억원 규모다. 2018년 말의 1799억원과 비교하면 233.5% 증가한 액수다. 올해에만 회사는 2월에 200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고, 5월에는 CJ ENM으로부터 899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이의 대부분은 기존 채무를 상환하는 데 썼다. 9월과 11월에도 총 1000억원 규모의 사채 및 어음의 만기가 도래한다.  

그간 든든한 뒷배를 자처한 CJ ENM 역시 부담이 가중됐다. CJ ENM은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해 1500억원을 출자했고, 15차례에 걸쳐 단기차입금을 지원했다. 여기에 외부차입 등의 지급보증을 서며 자회사를 도왔다. 지난해 말 기준 지급보증 규모만 46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CJ라이브시티는 자체 상환 여력이 없는 점으로 미뤄 이 부채는 고스란히 CJ ENM의 몫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CJ라이브시티가 청산절차를 밟는다면 이러한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법인 청산을 위해서는 청산인이 채무를 변제하거나 채권자가 채권을 포기해야 한다. 이럴 경우 CJ ENM은 당장의 출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2조원 규모의 사업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는 데 주안점을 두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CJ라이브시티의 사업성이 사라졌다"며 "CJ ENM의 채권 비중이 높고 변제 여력도 크기 때문에 이러한 이해관계를 빠르게 정리한 뒤 폐업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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