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승계 방정식] 정기선 지분 확보 더딘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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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5. 오후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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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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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이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산나눔재단
 

HD현대그룹 정몽준·정기선 부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때 금융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서다. 주식담보대출은 경영권을 훼손하지 않고 많게는 수천억원의 자금을 끌어올 수 있어 재계에서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은 HD현대 주식 절반이 담보로 묶여 있다. 대출금을 갚기 전까지 사실상 없는 셈쳐야 하는 지분이다. 이는 정 이사장이 대출금을 상환하기 전까지 사실상 승계를 완료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서 단기간 수천억 대출
정 이사장은 지난 4월 KEB하나은행과 2615억원의 대출계약을 1년 더 연장했다. 담보는 HD현대 주식 824만7435주다. 최초 계약 실행 시점은 2018년으로 1년마다 재계약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2018년 2615억원을 빌린 데 이어 같은 은행에서 HD현대 주식을 기반으로 추가 대출을 받았다.  2018년 대규모 자금을 빌린 것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에게 현금 3040억원을 증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이사장의 차입 시기와 맞물려 정 부회장은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HD현대 지분을 매입했다. 

정 이사장은 올해 1월 하나증권을 통해 500억원을 더 빌렸다가 3월 교보증권에서 500원을 차입해 기존 대출금을 상환했다.  교보증권에 맡긴 HD현대 주식은 120만7730주다. 

 
/자료 제공=HD현대
 
'주담대' 부메랑…금융사에 묶인 父 주식
최근 정 부회장이 HD현대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는 것을 볼 때 승계 정공법을 택한 것 같다. 정당하게 주식을 매입해 지배구조 꼭대기에 올라서는 정공법은 기존 최대주주의 주식을 물려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석 달간 388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했지만 지분을 0.68%p 끌어올리는 데 그쳤다. 추가 매입한다 해도 유의미한 수준까지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 부자의 승계 방식에 따른다면 기존 최대주주인 정 이사장의 지분에는 변화가 없다. 정 이사장의 주식이 금융사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단기간에 편리하게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활용한 주식담보대출이 족쇄가 된 셈이다.

지금까지 정 이사장이 담보로 제공한 HD현대 주식은 1142만2295주로 보유주식 2101만1330주의 54%에 해당한다. 정 이사장이 계약한 담보대출은 최장 1년으로 단기 대출이지만, 상환액이 3715억원에 달해  단기간에 갚기 어렵다. 

정 이사장이 담보로 맡기지 않은 주식 958만9035주를 증여한다고 가정하면 정 부회장은 HD현대 지분 18%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에 따라 정 이사장의 지분은 26.6%에서 14.5%로 낮아진다. 그러나 향후 정 이사장의 잔여지분을 넘겨받을 경우 세금을 두 번에 나눠 내게 돼 효율성이 떨어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담보력을 유지하려면 상환 전까지 주식을 증여하기가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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