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톡] '기업사냥꾼'은 옛말…사모펀드가 기업을 바꾼다 [넘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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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5. 오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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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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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생태계 이슈를 전합니다.
/사진 제공=픽사베이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PEF운용사들은 이미 홈플러스, 롯데카드, 남양유업, 하나투어, 한샘 등 국내 유명 업체의 경영을 이끌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에서 PEF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과거 PEF운용사는 '먹튀(먹고 튀는) 투기자본' '기업사냥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습니다. 기업을 인수하고 되파는 과정에서 지나친 구조조정 등 수많은 피해자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PEF운용사에 대한 시선도 점차 변화하는 분위기입니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인수한 뒤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는 국내 토종 PEF운용사가 늘어나면서인데요. 이들은 투자한 회사의 비핵심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해 수익성을 높이는 등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하고 더 나아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PEF운용사에 인수된 뒤 인위적 인력감축 없이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곳도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PEF운용사로는 글랜우드PE가 있는데요. 글랜우드PE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배제하는 원칙으로 인수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PEF운용사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4년 동양매직 투자건입니다.

글랜우드PE는 동양매직 인수 이후 렌털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50만개 수준이었던 동양매직의 렌털 계정은 2016년 100만여개로 급증해 당시 코웨이에 이은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글랜우드PE는 2년 만에 동양매직의 기업가치를 2800억원에서 6100억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결국 동양매직은 대기업인 'SK그룹'에 인수됐습니다. 현재의 사명은 SK매직이죠.

1세대 토종 PEF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도 인력 구조조정 없이 고용 등 투자를 늘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경영기법을 활용하는 사모펀드로 유명합니다. 대표 투자건으로는 △외식사업 업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 △연성회로기판(FPCB) 소재 업체 넥스플렉스 등이 있습니다.

스카이레이크는 2016년 아웃백을 인수한 뒤 비용절감 대신 과감한 투자로 스테이크 본연의 질을 높이는 전략을 폈는데요. 스카이레이크가 인수할 당시만 해도 아웃백은 냉동고기를 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스카이레이크는 아웃백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냉장고기로 유통체제를 바꿨습니다. 스테이크의 신선도 유지 등 품질 향상을 위한 추가 인프라 지출을 아끼지 않은 셈입니다. 스카이레이크가 기업 본연의 질적 성장에 집중한 결과 아웃백의 기업가치는 5년여 만에 572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올랐습니다. 아웃백은 스카이레이크 인수 이후 경영개선 효과가 극대화되며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대기업 'bhc그룹'에 팔렸습니다.

또 다른 투자건인 넥스플렉스도 인력조정 없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성공한 사례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연성동박적층판(FCCL)사업부에 속했던 넥스플렉스는 만년적자 상태였는데요. 2018년 당시 스카이레이크는 FCCL 사업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넥스플렉스를 1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스카이레이크는 플렉시블디스플레이 시장이 커지면 핵심 소재가 부상할 것으로 보고 투자를 늘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카이레이크는 기존 임직원의 고용조건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임직원을 늘리기까지 했습니다. 스톡옵션(주식보상)을 부여하며 직원들의 처우도 개선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고 정보기술(IT) 기기가 고성능화·소형화되면서 FCCL 수요가 빠르게 확대돼 넥스플렉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습니다. 스카이레이크가 인수한 2018년에는 매출이 146억원에 그쳤지만 2022년에는 2032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억원에서 80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스카이레이크는 지난해 넥스플렉스의 기업가치를 5300억원에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스카이레이크가 넥스플렉스를 950억원에 사들였던 점을 감안하면 단순 기업가치 증가율은 약 458%입니다. 

A사모펀드운용사 관계자는 "수익률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기업 내부 직원들의 행복도 중요한 가치"라며 "인적 구조조정 없이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연구개발(R&D) 인력 등을 충원하며 품질을 향상시키면 충분히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이끌어 계속기업이 되고 직원들이 행복해질 때 보람을 느끼는 편"이라며 "그게 PEF운용사의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B사모펀드운용사 관계자는 "PEF운용사가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 등을 실시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피투자기업의 성장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오히려 인력을 늘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또 "포트폴리오 기업의 상황이 어려워지면 R&D나 재무 인력을 보강하는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C사모펀드운용사 관계자도 "우리는 PE 설립 이래 포트폴리오 기업의 인적 구조조정을 시행한 적이 없다"며 "100% 고용승계는 물론 채용을 늘리는 등 투자에 힘쓰는 편이다. PEF운용사에 대한 오해가 있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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