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이 롯데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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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1. 오후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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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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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이 최근 한 달간 17회에 걸쳐 롯데쇼핑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막대한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계약한 신 의장이 이를 상환하기 위해 동일한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 제공 = 롯데재단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이 최근 롯데쇼핑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서 그가 보유한 2000억원대 주식담보대출 현황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를 상환하기 위해 추후 대대적으로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해당 주담대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증했다는 사실을 두고도 시장의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큰 틀에서 상속세 납부와 관련된 조치라는 데 이견은 없으나, 신 의장이 납세를 시작한 지난 2020년 이후 롯데 상장사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은 처음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신 의장이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법원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공탁계약이 비슷한 시기에 모두 해제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 의장이 불가피하게 상속세를 일시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영자 의장의 주식담보대출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의장은 지난달 14일(변동일 기준)부터 이달 18일까지 롯데쇼핑 주식 21만10주를 팔았다. 이로써 신 의장 지분은 기존 1.05%(29만7653주)에서 0.31%(8만7643주)로 줄었다. 보유지분의 74%를 현금화한 것으로, 140억원 규모다.  

이는 신 의장의 대출을 상환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신 의장이 롯데지주 지분을 담보로 하나증권에서 빌린 160억원 규모의 대출이 이달 5일 상환됐기 때문이다. 이자율은 6.0%였고 만기는 이달 17일이었다. 다만 롯데재단 측은 "주식매각 사유는 신 의장의 개인사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신 의장은 이 대출 말고도 총 2235억원 규모의 주담대가 있다. 모두 지난해 6월 발생했으며, 4개 계열사(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지분을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에서 745억원씩 빌렸다.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 및 롯데쇼핑 주식을 담보로 일으킨 대출(2269억원)과 대등한 수준이어서 재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담대는 통상 총수 일가가 승계용 자금이나 상속세 납부용으로 쓴다. 지분이 담보로 잡혀도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주지 않아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 무렵 신 의장의 공탁계약이 해제됐다는 것이다. 신 의장은 2020년 1월 신 명예회장 별세 이후 연부연납 방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기로 했는데, 이때 납세 담보 차원에서 상속 지분 일부를 법원에 제공했다. 공탁된 주식을 담보로 수년간의 분할납부를 허가받은 셈이다. 연부연납은 증여 및 상속세가 막대할 경우 최장 5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제도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두 가지 가능성이 나온다. 하나는 신 의장이 상속세를 완납해 공탁이 해제됐다는 것, 또 하나는 신 의장이 납세 등 연부연납 허가 사항을 지키지 못해 공탁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만약 두 번째 경우라면 계약기간이 남았더라도 납세 여력이 없다고 판단한 주무관청이 일시납부로 전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상속세를 완납해 공탁을 풀어줬을 수도 있으나, 연부연납 조건을 지키지 않아 세무서장이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속세를 완납했다면 막대한 규모의 주담대를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자 롯데재단의장의 주식담보대출 현황.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신동빈 회장과 상반된 납세 행보
롯데가 오너 2세 중 신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 의장과 차남인 신 회장은 2020년 당시 상속세 납부 방안으로 동일하게 연부연납을 택했다.  

신 명예회장이 가진 국내 상장주식 가치는 2200억원 수준(사망일 전후 2개월 종가 평균으로 계산)으로 책정됐다. 이를 신 의장과 신 회장, 장남 신동주 회장이 법정상속분 및 개인 간 합의에 따라 각각 33.3%, 41.7%, 25.0%의 비율로 나눠 가졌다. 비상장 계열사인 롯데물산 지분 및 부동산 가치까지 포함한 상속세 규모는 국내에서만 약 4500억원에 달했다.  

신 의장과 신 회장은 그해 7월 각자 상속받은 계열사 지분 일부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탁했다. 공탁 주식 대상은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등 4곳으로 최초 계약기간은 모두 2020년 7월31일부터 2025년 7월31일까지로 동일했다.

하지만 이후 둘의 납세행보는 차이를 보였다. 신 회장이 이듬해인 2021년 분할납부에 대한 납세담보 계약을 롯데지주 한 군데로 집중하는 한편, 주담대를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등 상환에 적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신 의장은 비교적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각 계열사 지분에 대한 공탁을 유지했으며 별도의 대출을 받지도 않았다.  

여기에 지난해 신 의장이 공탁해제라는 변곡점을 맞으면서 오너 2세 간 납세행보는 더욱 대비됐다는 평가다. 향후 신 의장의 주담대 상환 행보는 또 다른 변수로 보인다. 현재 설정된 약정 중 가장 여유로운 만기는 오는 10월이며 이자율은 모두 5%대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계약을 변경해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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