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의 세계화 넘어 대중화로"... 100살 하이트진로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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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18. 오후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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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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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베트남 하노이 모벤픽호텔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글로벌 비전 선포식'에서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가 글로벌 사업 방향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하노이)=박재형 기자
하이트진로가 걸어온 길은 곧 소주의 역사다. 소주를 '코리안 보드카'로 소개하던 시절 하이트진로가 그린 미래는 '소주는 그냥 소주'라는 인식이 세계 무대에 뿌리내리는 것이었다. 전 세계 증류주 판매량 1위를 22년째 유지해왔어도 여전히 목마른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원조 브랜드로서 자존심을 걸었다. 그간 소주를 알리기 위해 부지런히 씨를 뿌리고 밭을 일궜다면, 이제는 대중화라는 열매를 맺을 때라는 것이다. 한국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소주 한 잔?'이라는 관용어가 지구 반대편에서도 친숙해지는 날을 목표로 향후 100년의 포문을 열었다. 소주를 매개로 전 세계인의 일상에 침투하겠다는 의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9일 베트남 하노이 모벤픽호텔에서 '글로벌 비전 선포식'을 열고 글로벌 종합 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가속화한다는 내용의 '글로벌 비전 2030'을 내놓았다. 더 많은 제품 포트폴리오와 더 넓은 유통망, 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진로(JINRO)'의 대중화를 이루고, 오는 2030년까지 해외 시장 소주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베트남은 하이트진로의 첫 해외생산 공장이 들어설 국가로, 글로벌 공략의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16년 하이트진로는 '글로벌 비전 2024'를 통해 소주를 세계적 주류 카테고리로 육성하겠다는 '소주의 세계화'를 선포한 바 있다. 그간 과일소주와 일반소주의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결과 하이트진로는 공식 수출국가를 86개국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초기 8개국에 불과하던 우선공략국가(전략국가) 역시 현재 17개국으로 증가했다. 

실제 '소주의 세계화' 선포 이후 글로벌 시장의 소주 성장세는 수치로 드러난다. 2022년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별 조사 기준에 따르면 소주에 대한 인지 수준은 평균 약 88.6%를 기록했다. 2017년 대비 2022년의 전 세계 소주 판매 규모는 약 2.5배 확대됐으며 필리핀, 영국, 홍콩 등 주요 국가의 음용 평균 비율 역시 2016년 23%에서 2022년 81%까지 치솟았다. 외국에서 소주를 마시는 10명 중 8명이 현지인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진로가 있었다. 같은 기간 진로는 연평균 약 12.6% 성장률을 보이며 2022년 세계 최초로 1억 상자 판매를 돌파했다. 소주 단일품목으로 수출액 1억불 고지도 밟았다. 같은 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상품 카테고리에 '소주(SOJU)'가 등재된 데는 진로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한국의 명사 중 WIPO에 정식 등재된 건 김치, 한복, 소주 등 9개뿐이다. 

하이트진로는 '소주의 세계화'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고 봤다. 100주년인 올해 비전은 '비욘드 더 카테고리'다. 소주의 세계화가 어느 정도 순항하고 있으니 이제는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판단이다. 궁극적으로 진로가 세계 주류 시장의 중심에 자리하는 것이 하이트진로의 목표다. 

하이트진로는 과일소주의 비교적 친숙한 맛을 앞세워 진입장벽을 낮춘 뒤 일반소주로 소비자를 유입하려 한다. 과일소주가 소비자와 레귤러소주(진로)의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전략국가를 육성해 수출국 다변화에 힘쓰고, 국가별로 가정시장뿐 아니라 유흥시장으로 영업범위도 확대할 예정이다. 로컬 프랜차이즈 계약과 지역 내 핵심 상권을 우선 공략하고 거점업소 및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활동도 벌인다.  

소주가 와인이나 위스키, 샴페인, 맥주 등 굵직한 주류 카테고리와 어깨를 견줄 날이 올 것이라고 하이트진로는 자신한다. 이를 뒷받침할 슬로건은 'EASY TO DRINK, DRINK TO LINK'다. '편하게 한잔, 한잔 후 가깝게'라는 의미로, 한국에서 소주가 갖는 친숙한 이미지처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의 수단으로서 진로의 매력을 알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하이트진로는 대한민국 대표 종합 주류회사로 사명감을 갖고 '소주 세계화'에 앞장서며 '소주'를 세계적인 주류 카테고리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며 "이번 '글로벌 비전 2030' 선포로 글로벌 종합 주류회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로의 대중화'로 전 세계 모든 이들과 늘 함께하며 삶의 즐거움을 나누는 앞으로의 100년을 설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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