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이냐, 차남이냐"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안갯속 후계구도

입력
수정2024.06.17. 오후 4:40
기사원문
박재형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장남 강호준 대교 대표와 차남 강호철 대교홀딩스 대표가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면서 대교그룹의 후계구도가 오리무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왼쪽부터) 강호준 대교 대표와 강호철 대교홀딩스 대표. /사진 제공=대교그룹)
 

대교그룹은 강영중 회장의 두 아들이 각각 지주사와 주력사를 이끌고 있다. 장남 강호준 대표가 사업회사이자 그룹의 뿌리인 대교를, 차남 강호철 대표가 지배구조의 정점인 대교홀딩스를 맡는 구조다. 두 아들 모두 팬데믹 이후 회사가 위기를 맡자 굵직한 자리를 꿰차며 경영승계를 가속했다. 다만 1949년생인 강 회장보다 이들의 그룹 내 지배력이 여전히 미미해 후계구도를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높이' 학습지 등 교육사업을 주축으로 해온 대교는 지난 2020년부터 연간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학령인구 절벽으로 성장 한계까지 마주하면서 그룹 내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장남은 신사업에서, 차남은 투자관리에서 각자의 경영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비등한 승계 레이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은 대교홀딩스를 통해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교그룹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교그룹은 지주사 대교홀딩스가 대교(54.5%)와 대교D&S(90.1%), 대교CNS(100.0%), 강원심층수(63.1%), 대교ENC(100.0%) 등 주요 계열사를 둔 구조다. 강 회장은 대교홀딩스 최대주주로 지분율이 84.0%(보통주)에 달한다. 강 회장은 대교홀딩스를 통해 주요 사업회사인 대교 및 그룹사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굳건한 아버지 아래 장남과 차남의 승계 레이스는 비등하다. 2021년 3월 강호준 당시 대교홀딩스 최고전략책임자(CSO·상무)가 대교 수장에 오를 때만 해도 그룹의 승계구도는 장남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대교는 1986년 법인 전환 이후 첫 연간 적자에 빠져 있었던 만큼 강호준 대표가 후계자이자 책임경영 차원에서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바로 차남 강호철 당시 대교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룹 운영을 관할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상무)로 옮겨가며 후계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후 보폭은 더 커졌다. 이듬해 3월에는 강 회장과 함께 대교홀딩스 각자대표에 오르면서 형제 간 승계 레이스에 불을 지폈고, 이어 1년 만인 지난해 3월 강 회장의 퇴임으로 차남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그룹 내에서 둘의 역할은 비교적 명확했다. 장남은 사업전략, 차남은 재무관리에 특화된 이력을 주로 쌓았다. 1980년생인 강호준 대표는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2009년 해외사업전략실에 입사한 후 아메리카법인장과 대교인베스트먼트 비상무이사, 대교 해외사업총괄 본부장, 대교 및 대교홀딩스 CSO 등을 거쳐 대교 대표이사에 올랐다. 

1982년생인 강호철 대표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형의 자리를 이어받아 2014년부터 2년간 아메리카법인장을 지냈다. 이후 대교홀딩스 경영혁신실장을 거쳐 대교와 대교홀딩스에서 CFO로 일하며 그룹의 안살림을 도맡았다. 이어 COO로 역할을 확대한 뒤 대교홀딩스 대표이사가 됐다.  

 
경영 성적표는? 
서울 관악구 대교타워 전경 /사진 제공=대교그룹
다만 형제의 경영성적표에는 아쉬움이 뒤따른다. 먼저 강호준 대표의 경우 여전히 대교의 적자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대표이사 취임 이후 오프라인에 편중된 사업의 디지털 전환 및 신사업 육성에 집중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교는 2020년 이후 매출이 600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적자 규모는 2020년 280억원, 2021년 283억원, 2022년 499억원, 2023년 277억원 수준이다. 

특히 공을 들이는 신사업인 대교뉴이프는 2022년 1월 브랜드 론칭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올 1분기 기준 매출 23억원, 순손실 11억원을 기록했다. 대교뉴이프는 시니어층을 대상으로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그룹의 돌파구이기도 하다. 대교그룹은 실버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대교뉴이프에 현재까지 132억원을 투입했다.  

강호철 대표가 이끄는 대교홀딩스는 순수지주사로서 주요 영업수익은 지분법손익과 투자수익, 배당 등이다. 그 중에서도 강 대표가 CFO 시절부터 주도했던 투자성과가 부진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실제로 헤지펀드인 '웰브릿지코스닥벤처펀드1호(최초취득 날짜 2018년)'의 경우 최초취득 금액은 50억원이지만 올 1분기 말 기준 장부가액이 400만원밖에 남지 않았다. 2021년에 투자한 두나무 상환전환우선주 역시 10억원을 들였으나 현재 장부가액은 4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형제 모두 긍정적 지표는 있다. 강호준 대표의 경우 본업인 교육사업이 회복세에 접어든 것이 눈에 띈다. 올 1분기 대교 교육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629억원, 10억원을 각각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83억원, -29억원과 비교하면 외형은 줄었어도 흑자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강호철 대표 역시 지난해 3월 지주사 단독체제 출범 이후 전체 수익성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분기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81억원, 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억원, 27억원 대비 개선됐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33억원에서 21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각자의 경영역량 입증과 더불어 형제의 지분확대 방안도 과제다. 현재 장 회장이 대교홀딩스 지분 84.0%, 대교 지분 8.43% 등을 들고 있는 것과 달리 두 형제의 대교홀딩스 지분은 보통주 0.1%, 우선주 2.5%에 불과해 영향력이 미미하다. 대교 지분 역시 둘은 보통주를 0.03%씩 가졌고, 우선주는 차남 강호철 대표가 0.3%, 장남 강호준 대표가 0.03%를 확보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주요뉴스해당 언론사에서 선정하며 언론사 페이지(아웃링크)로 이동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