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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공정거래법상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혐의로 쿠팡과 CPLB(PB상품 전담 납품 자회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통업계 역대 최대 액수이자 쿠팡이 첫 흑자를 기록한 지난해 영업이익(6174억원)의 23%에 해당한다.
하지만 쿠팡은 상품진열 방식은 유통업체 고유의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조작'이라는 프레임이 아니라 자체 알고리즘으로 고객 선호도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가격순'이나 '판매량순'과 달리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쿠팡 랭킹순'의 특성상 필요에 따라 설정값 개입이 필요한데, 공정위 논리대로라면 소비자가 아이폰을 검색했을 때 새로 출시된 아이폰이 아니라 기존 검색량이 많은 구형 아이폰이나 아이폰 케이스가 먼저 노출돼야 하는 셈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은 기업경영 쪽보다 법 쪽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며 "수익모델이나 전략, 소비자 편의 측면에서 아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상품을 매장 내 유리한 위치에 전시하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다. 쿠팡의 알고리즘 노출 방식은 대형마트의 골든존 마케팅과 차이가 없지만, 공정위에 따르면 법에 저촉되는 것은 쿠팡뿐이다.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PB는 살리고 온라인 PB는 묻는 꼴"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오프라인 매장의 PB상품 진열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이번 사례로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PB 개발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쿠팡은 선도기업이 될 수 있음에도 제재를 가한 것은 옳지 못하다"며 "실효성 논란이 이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같은 사례가 재연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쿠팡은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와 국내 유통 시장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쿠팡은 공정위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만약 공정위가 이러한 상품추천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쿠팡이 약속한 전 국민 100% 무료배송을 위한 3조원 물류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은 되고 온라인은 안 되는 이중잣대는 모순"이라며 "현재로서는 과도한 규제라는 인상이 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결국 쿠팡의 투자 위축을 초래하고, 미래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과연 쿠팡을 규제해 얻는 이익이 이보다 더 큰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