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골드만삭스 퇴사하더니…오락실 차려 '대박' 낸 CEO[일본人사이드]

입력
수정2025.01.11. 오전 11:04
기사원문
전진영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GENDA CEO, 신 마이씨
일본 오락실 프랜차이즈 'GIGO' 운영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세가엔터테인먼트 인수해 화제되기도
일본 번화가를 다니다 보면 오락실 참 많다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오락실도 몇 층으로 이뤄져 인형 뽑기, 스티커사진인 프리쿠라 등 다양한 오락을 제공하죠. 일본에서는 오락실을 운영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서도 촉망받는 젊은 인재가,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차린 것이기 때문이죠. 오늘은 일본 게임센터 프랜차이즈 'GiGO'를 운영하는 기업 GENDA(젠다)의 여성 CEO, 신 마이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인터뷰 중인 신 마이씨. NHK.


1984년 오사카 출생인 신씨는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해 2007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합니다. 금융 파생상품 영업을 6년간 맡은 뒤 금융상품 개발부의 부장까지 올라섰고 최연소 매니징디렉터도 맡았다고 해요. 회사에서도 기대감이 큰 인재였다고 하는데요. 순조롭게 커리어를 쌓아갔으나 점차 답답함을 느끼게 됐다고 합니다.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도 점차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본인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는데요. 이 때문에 창업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고 합니다. 여러 스타트업 경영자나 투자자들을 스스로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는데요.

그러던 중 일본의 쇼핑센터 이온몰에서 어린이 놀이시설을 운영하는 자회사 '이온 판타지'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카타오카 나오씨를 만나게 됩니다. 카타오카 사장으로 재임하는 5년간 이온 판타지의 시가총액을 231억엔에서 1310억엔으로 끌어올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대화를 나누다 카타오카씨는 신씨에게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만들자"며 동업을 제안하게 됩니다. 그렇게 일본 전국의 오락실에 여러 게임기를 렌털해주는 사업을 시작하는데요.

실제로 일본의 오락실 관련 산업은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2010년부터 연 5%의 속도로 성장세를 키워가고 있죠. 해외를 포함하면 성장세는 더욱 크다는데요. 신씨는 "인간을 돕는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여가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라며 "앞으로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해질 것이고, 엔터테인먼트는 여기에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젠다가 운영하는 오락실 프랜차이즈 'GiGO'의 전경. NHK.


판단은 들어맞았습니다. 2018년 6월에는 오락실 게임기 경품 기획, 제작을 다루는 업체 'SPSS'를 인수했고 2019년 7월에는 미국에서 어린이 놀이 시설 운영을 하는 합작회사를 만드는 등 해외 진출까지 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갑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게 되는데요. 사실 오락실은 점포 형태로 운영되니 월세 등 고정비 지출이 끊임없이 나가기 때문에, 타격을 고스란히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소닉'을 만든 세가 그룹의 오락실 기업 세가엔터테인먼트도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버티지 못한 세가엔터테인먼트는 인수해줄 곳을 찾게 되는데, 젠다는 2020년 12월 세가엔터테인먼트 지분 85%를 취득하고 오락실 매장 운영권을 갖게 되죠.

팬데믹으로 어려운 도중 젠다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는데요. 신씨는 수요는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인수를 단행했다고 합니다. 일본 포브스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외출 자제령 등이 내려졌을 때도 사람들은 오락실 한정 경품 출시 소식에 마스크를 쓰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손님이 당장 오지 않아도, 오락실에 즐거운 일이 있다면 사람들은 다시 발길을 옮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합니다.

그렇게 젠다는 계속해서 M&A를 통해 사업의 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홋카이도에서 오락실, 볼링장, 영화관 등을 운영하는 업체 '스가이디노스'를 인수해 점포를 확대하기도 했는데요.

특이한 점은 M&A를 하는 기업을 고르는 기준입니다. '세계 제일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에 공감해줄 수 있는 업체'여야 한다는데요. 그래서 M&A는 '현재 상황보다 나아지기 위해 함께한다'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견지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상대 기업에 고통을 동반하는 구조조정 같은 것은 단행한 적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2040년까지 세계 제일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로 계속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잡지 등에도 모델로 등장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오락실 사업의 성공 비결이 M&A에 있다는 것을 보니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특히 M&A 과정에서 구조조정 등 상대 기업이 고통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철학은 냉정한 사업의 세계에서 깨달음을 주는 것 같군요. 사람의 즐거움을 다루는 기업에 잘 들어맞는 것 같네요.

기자 프로필

구독자 0
응원수 0

기획취재부 전진영 기자입니다. 우리나라와 옆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취재해 씁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