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난색만…딥페이크 피해 교사 직접 범인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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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9. 오후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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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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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교실 배경·구도 분석해 가해자 특정'딥페이크' 음란물로 피해를 본 교사들이 '수사가 어렵다'며 경찰이 미온적인 대응을 하자 직접 증거를 수집해 범인인 학생을 찾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연합뉴스는 경찰을 인용해 인천 남동경찰서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등학생인 10대 A군을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A군은 지난달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딥페이크 기술로 학교 여교사 등의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하거나 이들을 불법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교사 2명은 지난 7월 23일 자신의 불법 촬영물이 SNS상에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이후 각각 자신의 거주지 담당 경찰서인 남동경찰서와 계양경찰서를 찾아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남동경찰서는 당시 사건 접수창구에서 "엑스(X·옛 트위터)의 공조가 필요한데 회신 오는 경우가 드물고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며 사건 대응에 난색을 보였고, 계양경찰서에는 사건 접수가 되지 않았다.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에 이들 교사는 직접 증거 수집에 나섰다. 수사가 늦어질수록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SNS에 유포된 사진 속 배경을 토대로 특정 교실에서 촬영된 사진이라는 사실을 알아챘고, 사진 구도 등을 일일이 분석해 모든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좌석을 찾아 A군을 피의자로 지목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린 이후에야 사건은 경찰에 정식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교사 중 1명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진 배경이 엉성하게 지워진 탓에 교실과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며 "A4 용지 13장짜리 보고서를 수사관에게 직접 제출하고 나서야 정식 수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운 좋게 피의자를 찾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경찰 수사에 한계가 있다 보니 수많은 피해자가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사상 한계점이나 피해자 지원 방안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A군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영상물을 공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교사 2명 외에 일반인과 학생들을 합성·촬영한 사진도 유포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며 "불법성 여부를 함께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 학교에서 학생, 교사 등이 딥페이크 성 착취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건수가 올해만 200건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파악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전날까지 학생·교원 딥페이크 피해 건수가 총 196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중 학생 피해는 186건 교원 피해는 10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179건은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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