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등 타인과 관계 추구에도 무관심
전문가들 "실태 파악과 종합적 대책 마련돼야"
청년 세대 전반에 무기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직업을 구하지도 않고, 연애 등 타인과의 관계를 추구하지 않고 그냥 쉬는 인구가 계속 늘며 청년 고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15~29세 청년층 가운데 '그냥 쉬었다'는 인구는 44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때의 응답보다도 더 많아 통계청 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치다. 그중 75.6%는 일하기를 원했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통계청 조사에서 '쉬었음'은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이들을 가리킨다. 쉬는 인구는 2014년 26만명에서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청년 일경험 사업의 참여 인원을 전년보다 1만명 확대해 미취업 졸업생을 위한 특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청년에게 더 많은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청년 일경험 사업은 미취업 청년이 실제 과업을 3개월 내외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4만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일 경험이나 인턴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청년들이 구직하더라도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거나 여러 번 실패하는 것 자체가 트라우마가 되며 아예 경제활동 시장을 떠나버리는 것"이라며 "일자리만이 아니라 다시 도전할 수 있게 의욕을 만들어주는 심리적인 지원이나 청년 보장제 형식 등 상황을 고려한 여러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도 "모든 걸 취업과 연결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부터 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사회생활도 줄어들고 미래 설계가 어려운 쉬는 청년들의 증가는 사회의 기반이 축소되는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런 청년세대의 무력감은 연애나 결혼에 대한 무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정모씨(28)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많이 듣지만 정작 연애나 결혼을 하고 싶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며 "혼자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피곤한데 꼭 굳이 누굴 만나야 할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주변에서도 연애에 예전만큼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5~28세 사이의 청년세대에서는 '삶에서 갖추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연인·애인'이 2위에 올랐다. '연인·애인'이 순위권에 오른 것은 모든 연령대 중 청년 세대만이 유일했다.
구직이나 관계 추구를 중단하는 청년들의 고립을 막기 위해선 실태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세대의 무기력감에 대한 인지는 돼 있지만, 막상 심층적인 분석이나 연구는 부족하기 때문에 대책들이 겉돌고 있다"며 "그들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정비해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 사회 전반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