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는 지금]⑬와디즈파트너스 “라이프스타일 스몰 브랜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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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19. 오전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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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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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섭 와디즈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와디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스타트업"
'스케일업 진취성' 갖춘 회사에 투자
편집자주벤처캐피털(VC)은 자본시장의 최전방에서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초기 기업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탓에 VC 업계도 부진을 겪고 있지만 될성부른 기업을 물색하고 키우는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업력과 노하우를 축적한 초대형 VC에서부터 신생 VC까지 다양한 투자사를 만나 투자 전략과 스토리를 들어본다.


“와디즈파트너스는 다른 벤처캐피털(VC)과 달리 투자 전략과 타깃이 더 뾰족하고 명확해요. ‘라이프스타일 분야 스몰 브랜드(중소 유망 브랜드)에 대한 초기 투자’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소강섭 와디즈파트너스 대표가 경기 성남시 와디즈파트너스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와디즈파트너스]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와디즈파트너스 본사에서 만난 소강섭 대표의 말이다. 와디즈파트너스는 국내 민간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개척한 와디즈 플랫폼의 투자 전문 자회사다. 2020년 출범 이후 모태펀드 정식 출자사업에 처음 도전한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신설한 ‘라이콘(라이프스타일 및 로컬)’ 분야의 위탁운용사(GP) 자격을 따내는 등 쾌거를 이뤘다.

소 대표는 “와디즈 플랫폼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스타트업이다. 재무적인 성과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고민을 같이 해결하며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K뷰티 인디브랜드 등 몰리는 와디즈 플랫폼 활용 강점”

소 대표는 2007년부터 15년가량 산업은행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맡았다. 2022년 와디즈 합류와 함께 VC 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그는 “산업은행 땐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으로 참여하는 업무를 주로 진행하며 국가 경제와 관련한 보람된 일들을 수행했다”며 “와디즈파트너스 합류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신혜성 와디즈 대표의 비전 때문이었다. 작은 기업엔 몇억원의 돈도 매우 큰 투자금이다. 금융 지원을 통해 초기 기업들을 육성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와디즈의 사명은 사막의 강을 뜻하는 아랍어 ‘와디(wadi)’에서 따왔다. 척박한 자본시장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물줄기를 내겠다는 의미로, 사내 각 회의실에도 나이아가라, 템즈, 한강 등 강 이름을 붙였다.


와디즈파트너스는 라이프스타일 스몰 브랜드에 대한 초기 투자에 주력한다. 다른 VC들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반도체 및 테크 투자에 집중하는 것과 다른 전략이다. 투자 전략상 최대 강점은 와디즈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 대표는 “해외 상품기획자(MD)들도 주목하는 와디즈 플랫폼엔 매월 약 2000개의 프로젝트가 신규 오픈한다. 좋은 브랜드를 선점할 기회를 확보한 것”이라며 “요즘 급성장세인 K뷰티 시장만 봐도, 해외 주목도가 높은 국내 인디 브랜드들이 와디즈 플랫폼에 가장 많이 몰린다. 지난해 이곳에서 개설된 뷰티 프로젝트만 1500개이고, 이 중 700~800개는 그야말로 완전한 신규 브랜드였다”고 전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와디즈에서 운영하는 투자 프로그램 ‘넥스트 브랜드’와 연계도 강점이다. 와디즈의 인큐베이팅 자회사인 와디즈엑스, 교육 및 정부 사업 담당 자회사인 와디즈임팩트 등과 협업해 스몰 브랜드를 육성할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만들어냈다. 특히 와디즈파트너스는 지난 2월 모태펀드 1차 출자 사업에서 올해 처음 신설된 라이콘 펀드의 GP로 선정됐다. 여기엔 롯데홈쇼핑이 출자자(LP)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했다. 소 대표는 “뾰족한 투자 섹터와 차별화된 운용 전략이 보다 설득력을 준 것 같다. 여기에 홈쇼핑을 연결해 스타트업을 밸류업할 수 있는 롯데홈쇼핑이 출자자로 참여하면서, 동일한 투자 대상을 상호검증할 순기능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기업가형 소상공인 융자 지원 프로그램인 중소벤처기업부의 ‘립스(LIPS)’를 연계한 것도 펀드의 특징이다. 립스는 민간 선 투자 이후 투자금의 최대 5배(5억원)까지 낮은 금리에 정책자금 대출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현재 와디즈파트너스의 총 운용자산(AUM)은 약 15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전체 포트폴리오 사는 약 44개이며 넥스트 브랜드 프로그램으로 투자한 18개 회사는 100%의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 침구 브랜드 ‘포렌’을 운영하는 ‘디깅미인터내셔널’이 지난해 시드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소 대표는 “최근 트렌드에 맞는 침구류 브랜드 중 절대 강자가 없다고 봤는데, 포렌이 제품을 확대하고 와디즈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은 지난해 약 32억원의 매출을 만드는 회사로 거듭났다”며 “올해 상반기에 이미 작년 매출을 초과 달성했다. 향후 국내에서 손꼽히는 침구류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노멀리스트의 초경량 카본소재 우양산 브랜드 레인웍스, 210컴퍼니의 스트리트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 하이퍼리트, 디깅미인터내셔널의 프리미엄 슬립테크 브랜드 포렌.


패션 회사인 210컴퍼니는 와디즈 플랫폼에서 압도적으로 1등을 기록하며 투자를 끌어낸 패션 스타트업이다. 소 대표는 “기존 ‘210에디트’란 브랜드로 시드 투자를 받은 뒤 ‘하이퍼리트라는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2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 벌써 그만큼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젠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멀리스트’는 선크림을 만드는 ‘선티크’ 브랜드와 우산을 만드는 ‘레인웍스’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다. 소 대표는 “햇살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는 개념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특수소재를 활용한 레인웍스의 초경량 우양산 겸용 제품은 와디즈에서 단일 제품으로만 17억원가량이 팔렸다”며 “브랜딩과 아이디어에 강점이 있는 만큼,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유지되는 스타트업”이라고 전했다.

회수(엑시트) 사례도 쌓아가고 있다. 와디즈파트너스는 2020년 약 5억원을 투자한 반려동물 장례 전문회사 ‘21그램’을 2022년 타 기업에 매각하며 12억원을 회수했다. 내부수익률(IRR)이 약 80%에 달하는 성과였다.

“불경기 속 스타트업 옥석가리기…내년 100억 펀드 결성 목표”

한편 최근 투자 시장 흐름에 대해 소 대표는 “후기 투자 시장은 과거와 달리 보수적인 기조가 강화됐다. 현재 수익을 못 내고 있으면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태”라며 “반면 초기 투자 시장은 관심이 높아졌다. 큰 하우스도 GP 지원 및 관련 펀드 결성 활동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었다. 동시에 와디즈파트너스에 ‘좋은 스타트업을 소개해달라’고 문의하거나, 동반 투자를 제안하는 곳들도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금리 상황과 향후 금리 인하 전망 등이 와디즈파트너스의 투자 활동에 주는 영향은 적은 것 같다. 투자하는 곳들 대부분이 소비재 회사이기 때문에, 금리보다는 업황과 경기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편”이라며 “현재는 경기가 매우 안 좋다고 판단되는데, 보다 좋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으로 옥석을 가릴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월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며, 올해 6~7개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추가적인 펀드 결성도 필요할 것이다. 내년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후속 투자까지 이어가는 게 현재 목표”라고 밝혔다.

아울러 소 대표는 “주로 와디즈 플랫폼 내 점수가 높은 팀들을 살펴보지만, 핵심은 스케일업(사업 확장)에 대한 진취성이라며 “스케일업을 통해 정말 제대로 된 기업으로 성장하려고 하는 정신이 있느냐를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제품과 브랜드가 너무 좋은데, ‘저희는 딱 여기까지만 할래요’라고 하는 사례들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와디즈파트너스는 VC로서 LP에 투자 수익을 돌려줘야 합니다. 현재의 매출 50억원 수준에 만족하는 곳이 아니라 500억원, 1000억원의 매출을 낼 회사로 성장할 욕심이 있어야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죠.

소강섭 와디즈파트너스 대표. 사진=김대현 기자 k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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